미국 뉴멕시코에 사는 카를로 기스림베르티는 최근 인도에서 심장 바이패스 형성수술을 받고 행복해 하고 있다. 미국에서 수술을 받을 경우 15만 달러(약 1억 5,000만원)를 내야 했지만 인도에서는 입원비까지 1만 달러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수술비 마련을 위해 자신이 운영하던 레스토랑을 처분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던 기스림베르티는 “미국에서 수술을 했더라면 몸이 성해도 재정적으론 사망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인도가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을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싼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어 경쟁력은 세계 최강 수준이다. 더구나 수술을 받기 위해 선진국처럼 한참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기스림베르티를 수술한 민간 병원 ‘에스코츠’의 의사 나레쉬 트레한은 “우리 병원은 첨단기기를 이용한 수술로 유명하다”며 “매년 수백 명의 외국인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따르면 지난해 치료를 위해 인도를 찾은 외국인은 15만 명. 이 같은 목적의 여행객 수는 매년 15%씩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은 델리, 뭄바이, 방갈로르 등의 민간 의료기관에서 심장수술, 장기이식 등을 받고 있다. 소수이기 하지만 성형수술을 위한 발길도 늘어나고 있다.
인도가 의료관광으로 벌어들일 돈은 2012년에는 23억 달러(약 2조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보기술(IT) 산업에 이어 주요 외화벌이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 정부가 민간병원에 세금공제와 부지 제공 등 각종 간접 지원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인도의 의료복지는 인구 1만 명 당 의사 수가 4명일 정도로 최악이다. 인도 정부가 공공의료에는 무관심한 채 외화벌이를 위해 예산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IHT는 “인도에서 매년 결핵과 설사병으로 각각 5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등 공공의료 시스템은 뒤쳐져 있다”면서 “외국인은 첨단 의료시설을 이용하지만, 돈 없는 환자들은 땅을 팔면서까지 병원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료관광 옹호론자들은 “의료관광을 통해 얻어지는 수입은 결국 의학기술 발전에 공헌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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