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의 승부는 마지막 순간에 갈린다.
특히 각 대학이 개성 있는 독자적인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수시모집’이나 논술 또는 구술ㆍ면접 시험을 치르는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에서는 더욱 그렇다. 근소한 차이로 경쟁하는 수험생들의 우열이 바로 논술과 구술ㆍ면접에서 갈리기 때문이다.
다년간 일선에서 수험생을 직접 지도해온 입시 전문가로부터 논술, 구술 막바지 준비 요령에 대해 들어보았다.
▦논술은 글짓기가 아니다
논술을 단순히 국어교과 영역의 일부인 글쓰기로 이해해 체계적 준비 없이 ‘글발’로 승부를 내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특히 같은 대학, 모집단위에서 경쟁하는 지원자들은 학생부나 수능 성적의 점수차가 크지 않은 반면, 주요대학의 경우 논술, 구술 시험에서 수능 원점수 기준 4~12점 정도가 역전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상위권대는 ‘담론’을 묻는 형태의 논술, 구술시험을 치른다. 대체로 동ㆍ서양의 고전 또는 현 사회의 문제상황을 제시해, 지문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그 안에 담긴 ‘담론’을 찾아 논리를 개진하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식이다. 논제 또한 시간, 인간, 이미지, 욕망 등 고답적이고 철학적인 경우가 많다.
논술은 어떤 문제에 대해 자기 나름의 견해나 주장을 내세워 독자를 설득시키는 글쓰기다. 많은 학생들이 여기서 ‘자기 나름’이라는 말을 개인적, 주관적 입장의 제시로 오인해 논술을 마치 수필처럼 써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오해다.
논술이 설득력을 가진 일반화된 논리의 개진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사고력과 비판력을 토대로 한 문제상황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문제에 대해 체계적이고 다양한 각도의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앞서 지적한 ‘주관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학교 선생님 등에게 자신의 글을 보여주고 평가를 받는 일도 게을리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구술은 표현이다.
서울대와 11개 교육대학 등 47개 대학은 면접 구술고사를 치른다. 논술도 그렇지만 특히 구술은 ‘아는 것’보다 ‘아는 것을 잘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시험이다.
주요대의 구술면접은 단순한 말하기가 아니라, 제시문을 나눠주고 읽게 한 뒤 그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대학에서 치르는 기본소양면접은 문자 그대로 ‘계열, 학과에 상관 없이 정상적으로 고교를 졸업한 학생이라면 무리 없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을 통해 수험생의 소양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이해하고 있는 ‘구술면접’에 가깝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본소양면접도 심층면접처럼 치르는 추세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본소양면접을 통해 교수들은 수험생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고 싶어한다. 따라서 자신의 장점이 ‘성실함’이라는 간단한 답변을 하더라도, 그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고 또 그것이 앞으로의 삶에 어떠한 모습으로 구현될 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하다.
시사적 주제의 경우에도 답변이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 가령 ‘한류’라는 주제가 주어진다면 그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은 물론 비판적인 시각까지 함께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신문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현안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질문이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는 연습도 중요하다.
▦영어, 한자혼용 제시문에 대비해야
수시모집에서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영어를 공통문제로 출제하거나, 한자가 섞인 제시문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어나 한자는 단기간에 실력을 늘리기는 힘든 부분이므로 평소 학습량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통상 수시면접 등에서 제시되는 영어 지문은 수능보다 난이도가 높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대학이 영어 지문을 출제하는 이유는 입학 후에 영어로 된 원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측정하기 위함이므로, 남은 기간 동안 긴 글을 읽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반면 수험생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한자혼용 제시문의 경우 한자의 수준이 상식적인 수준이므로 단기간의 대비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요대의 경우 한자가 혼용된 신문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인 한자능력시험 3급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지문을 제시하므로 남은 기간 동안 짬짬이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도움말: 힘찬 정찬 언어ㆍ논술 연구소장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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