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오. 나는 지금 내가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이 뭔지 알게 되었소. 내가 곧 출감한다는 편지를 받았다면 당신이 할 일을 알 거요.
만약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면 동네 어귀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오’ 73년 미국의 던이라는 가수가 부른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오(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라는 노래의 일부다. 아내에게 마지막 편지를 띄우고 출소한 사내는 노란 리본이 안 보이면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지나칠 참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수백개의 노란 리본이 활짝 핀 떡갈나무를 발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노래로 만든 것이라는 데 무대는 미국 독일 등으로 바뀌지만 줄거리는 같다.
■ 태양을 상징하는 노랑색은 본능적으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황금 해바라기 레몬 등을 연상시키며 희망 따뜻함 기쁨 찬란함과 힘을 느끼게 한다.
노랑색은 주목효과가 높아 신호등 차선 어린이안전지대 등 교통표시에 많이 사용된다. 어린이통학버스나 어린이비옷 등이 노랑색인 것도 같은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노랑색은 검정색과 만나면 경고의 메시지를 주어 핵 시설, 폭발물 등 위험물에 접근을 금하는 표시로도 사용된다.
■ 노랑색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이 좀 다르다. 동양에서는 왕실이나 종교의례에 많이 사용되어 고귀함과 신성함을 상징하는데 비해 서양에서는 비겁과 편견을 상징한다. 예수를 밀고한 가롯 유다의 옷 색깔이 노랑색이었다고 해서 배반을 뜻하기도 한다. 옐로카드 옐로페이퍼 등에 쓰이는 노랑색은 저급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노랑색은 민주화 민중 등을 상징하는 색깔로 변한 듯하다. 필리핀의 아키노 열풍은 민중들 사이에서 일어난 황색물결의 힘이었다. 우리 정당들도 역시 노랑색을 상징색으로 선호하고 있다.
■ 최근 납북자 송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 달기운동이 해외로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납북어부 가족들이 송환을 기원하며 임진각 소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달면서 종교단체가 가세하고 정당들도 참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납북자 귀환을 기원하는 네티즌 메시지를 모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당들은 너도나도 노란 깃발을 흔들며 민심을 얻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노란 깃발만 보고 마음을 열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 동안 노란 깃발에 너무도 많이 속아왔기 때문이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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