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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씨 5일부터 '바디 콘티넨탈'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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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씨 5일부터 '바디 콘티넨탈'展

입력
2005.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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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는 시야의 한계를 훌쩍 넘는 압도적인 크기의 푸른 몸뚱이로 꽉 채워져 있다. 굳이 얼굴이나 다리를 보일 필요는 없다는 듯 부분적으로 생략되고 극대화된 이미지의 몸은 작가의 관심이 인물이나 개성의 표현에 있지 않음을 암시한다.

오히려 관심은 인간의 몸 너머, 인체를 성립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 원자이거나 분자, 핵 같은 것들이다. 그것은 인간 이전에 우주 삼라만상을 구성하는 요소였으며, 가장 가깝게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 대지를 이루는 요소이다. 곪은 상처를 뚫고 피어나는 여린 꽃의 이미지(‘종기’, 2005년작)는 그래서 작가가 대지의 위대한 생명력에 던지는 수줍은 찬사처럼 보인다

신예 김재옥씨가 5일부터 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여는 개인전 ‘바디 콘티넨탈(Body Continental)’은 인간과 대지의 상관성을 ‘쌍생아’ 개념에서 접근하는 흥미로운 전시다.

대학에서 물리학과 섬유미술을 전공한, 예사롭지 않은 경력의 이 젊은 화가는 누드를 그리면서 흉물스러울 정도의 세부묘사를 통해 인체의 모세혈관과 종기, 세포조직들을 포착해내고 이를 다시 지표면의 산맥이나 강줄기, 분화구 등의 이미지와 오버랩 시킨다.

바틱기법이나 소금염으로 염색된 천을 캔버스위에 도포한 뒤 유화로 그린 그림은 밀랍의 응고와 소금의 삼투압 작용으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러운 균열과 얼룩을 드러내면서 ‘대지로서의 인체’ 표현에 한층 조형적인 효과를 부여한다.

”어줍잖게 환경론자를 자처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올해 들어 일어난 지진이나 쓰나미 등 엄청난 자연 재해들을 보면서 무엇이 지구를 이렇게도 화나고 힘들고 아프게 했을까 깊이 생각해보게 된 것이지요. 문화와 문명의 터전이면서도 미적인 대상으로 탐구되지않는 대지, 혹은 지구를 몸의 이미지로 환원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동체적 성격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작게는 100호에서부터 크게는 무려 1,000호에 이르는 거대한 화면을 가득히 채우는 인체 이미지들을 녹색이나 붉은 색 만으로 표현한 것은 캔버스에 자연의 원초성과 강렬한 정신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처음에는 다양한 색상들을 사용해 작업했는데, 색 때문에 정작 표현하고 싶은 것이 가려지더라”는 작가는 “자연의 만물이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순환하듯 화면 속의 녹색(봄의 신록, 생성)과 붉은색(가을날의 단풍, 소멸)도 서로 상호작용하며 자연의 순환과 섭리를 보여주는 알레고리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단순하고 원초적인 색상의 선택은 캔버스 밖으로 잘려나간 신체의 극적인 이미지와 함께 시각적 재미를 극대화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김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젊고 재능있는 작가들을 선발, 1년동안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창동미술창작 스튜디오 4기 작가이며 현재 서울미술고교와 오산대 강사로도 활동중이다. 전시는 18일까지 계속되며 기간 중 매주 수, 토, 일요일에는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을 공개하고 일반인들에게 작품설명을 하는 ‘오픈스튜디오’ 행사도 연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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