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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겨울방학은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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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겨울방학은 새로운 시작이다

입력
2005.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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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난 지 벌써 열흘이 넘었다. 일선 학교의 기말고사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요즘은 자숙과 성찰이 긴요한 시간이다.

정돈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모든 끝은 또다른 시작과 맞닿아 있다. 길이 끝나는 그곳에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앞에 펼쳐진 길이 지나온 길보다 나은 길이 되기 위해서는, 전정(前程)의 마지막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반성과 교정’의 작업이 그것이다. ‘반성과 교정’을 통한 매듭이 없다면 새로운 시작도 의미가 없다. 지난 과오가 지루하게 반복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겨울방학의 문턱에 선 학생들에게 이 ‘반성과 교정’의 작업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학생들은 방학기간을 통해 성적의 도약을 이루곤 하는데, 뉘우침 없는 성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계획단계에서부터 마지막 답안지를 제출했던 순간에 이르기까지, 시험의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사소한 깨달음도 놓치지 말아야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범했던 자질구레한 실수들도 기록해 두어야 한다. 매 시험이 끝날 때마다 시험 전체를 총괄하는 대차대조표가 추가되고,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들이 궁극의 시점에서 자신의 경쟁력으로 환산될 것이다.

시행착오는 분명 유쾌하지 못한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과오들이 자신의 성공을 후원하는 밑거름이 되느냐, 그저 하나의 불유쾌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마느냐를 결정하는 관건은 오로지 반성의 엄밀함에 달려 있다.

반성의 시간은 냉정해야 한다. 상처를 감싸기에 급급해서는 빠른 쾌유를 바랄 수 없다. 환부를 똑바로 바라보며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뼈저린 다짐을 해야 한다.

똑같은 오류들을 되풀이하기에 학창시절은 너무도 짧다. 실제로 자기 공부에 대한 장악력이 큰 학생들은 시험이 끝난 후 일주일 동안 더 바빠진다.

시험지 분석에서 시작하여 오답노트 작성에 이르기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작은 실수들에 땅을 치며 원통해하는가 하면, 아쉬움을 추스르며 다음 시험을 위한 계획들을 마련하기도 한다.

주목과의 상록교목에 속하는 비자나무는 25미터까지 자라난다. 종자는 한약재로 쓰이며 목재는 질이 좋아 귀한 재목으로 각광받는다.

그 중에서도 비자나무가 으뜸으로 환대받는 곳은 바로 바둑판이다. 김소운은 이 비자나무의 덕목을 극찬하며 ‘특급품’이라는 수필까지 쓴 적 있다.

절반으로 갈라진 1등급의 비자목이, 스스로의 유연함으로 그 간극을 메우고 명실상부한 특급의 바둑판으로 우뚝 선다는 내용이다.

한낱 목침으로 전락할 뻔했던 비자반이 희대의 명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실패를 정면으로 이겨냈던 눈물겨운 자취가 그것에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불과 3주만 지나면 새해가 시작된다. 숱한 실수들로 점철된 일상의 상흔들도, 지혜로운 극복을 통해 깊은 울림을 지닌 명작의 흔적으로 되살아 날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지난날에 대한 반성과 명상의 기회를 마련하는 일은, 인간이라는 유한 존재가 시간의 엄숙함과 마주하며 갖추는 삶에 대한 겸허함 같은 것이다.

김송은 학습전문가ㆍ목동 에듀플렉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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