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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최연소 의원 뤼어만-民勞 최연소 前대의원 이계덕군 한목소리/ "청소년 정치참여는 자신 미래 지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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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최연소 의원 뤼어만-民勞 최연소 前대의원 이계덕군 한목소리/ "청소년 정치참여는 자신 미래 지키는 일"

입력
2005.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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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도 사회의 일원입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동참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청소년의 정치참여가 왜 필요하냐’는 질문에 초면의 두 사람이 미리 짠 것처럼 똑같은 대답을 하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청소년 인권구제와 사회참여를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청소년교육전략21 부설 ‘한국청소년옴부즈만’ 초청으로 방한한 안나 뤼어만(22) 독일 녹색당 국회의원과 올 초 민주노동당 최연소 대의원으로 선출된 이계덕(19ㆍ성공회대 신문방송학 1년)군.

4일 한국일보 주선으로 중앙대에서 만난 이들은 “청소년들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에 기성세대들의 힘을 합치면 충분히 이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9세였던 2002년 독일 헤센 선거구 182지역에 녹색당 대표로 출마해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된 안나 뤼어만은 환경문제와 예산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올 9월 재선, 세계 최연소 재선의원의 기록을 프로필에 추가했다. 10세인 1993년부터 그린피스의 환경보호지킴이로 활동했으며, 1998년 녹색당 청소년회에 입문했다.

뤼어만은 세계 최연소 의원으로 주목 받아온 데 대해 “기네스북에 등재 신청을 내려다 유료라기에 그만뒀다”고 농담을 했다.

뤼어만은 환경문제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로 “청소년이 미래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오염 등 환경피해를 입는 건 결국 우리들입니다. 스스로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지금부터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청소년의 활발한 정치참여가 보장된 독일과 달리 한국은 청소년 인권문제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계덕군은 “한국에선 ‘너 몇 살이야?’ 한 마디로 모든 게 일축 돼 버리는 나라”라며 “올 5월 청소년들이 광화문에 나와 촛불집회를 열 정도로 한국에선 두발제한이나 체벌, 강제청소 등 청소년 인권유린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뤼어만은 ‘두발제한’이라는 말 자체를 한 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그는 “청소년 문제는 청소년 스스로가 참여해 대안을 제시하고, 결정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등이고, 청소년의 인권은 성인의 그것만큼 중요해요.” 이군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상황은 그렇지 못해 두발제한과 체벌, 강제청소 등으로 청소년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그런 잘못된 풍토가 사라지고 서로를 존중하고 토론하는 문화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뤼어만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2002년 대학입학자격시험인 아비투어를 통과해 2004년부터 하겐통신대에서 정치학과 조직론을 전공하고 있다. “내 또래가 하고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주당 70~80시간의 의정활동이 빡빡하긴 하지만 정치가로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흥분되거든요.”

그러나 어린 나이에 정치에 투신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통령 되고 싶어 그러는 것 아니냐는 힐난을 받은 적이 없느냐’고 묻자 뤼어만은 웃었다. “항상 ‘내가 무엇이 되겠다’ 보다 ‘이것을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이 항상 먼저였죠. 그것을 하나씩 추구하다 보니 어느새 어떤 자리에 있게 됐어요. 국회의원이 될 거라곤 예상 못했습니다.”

뤼어만의 대답에 이군은 “그런 면에선 나도 피해자”라고 맞장구를 쳤다. ‘어린 게 되바라졌다’ ‘무슨 꿍꿍이가 있어 저런다’ 등 적잖은 비판에 시달리다 최근 민노당을 탈당했다고 했다. 이군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조차 저를 믿지 않았어요. 정치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저로 인해 앞으로 청소년 대의원이 많이 생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사실 그후 많이 늘었어요. 저는 탈당했지만 다른 청소년 정치인들은 더욱 잘 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뤼어만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군의 어깨를 두드렸다.

3일 방한한 뤼어만 의원은 청소년 참여 대잔치와 한ㆍ독 국회의원 간담회, 국제학술심포지엄 등에 참석한 후 7일 귀국한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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