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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납세자로 살고싶은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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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납세자로 살고싶은 장애인들

입력
2005.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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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고불 맹사성 대감의 일화가 떠오른다. 고불이 벼슬길에서 잠시 물러나 향리인 아산에서 농사를 지을 때였다. 햇볕이 따가운 한여름 고불이 머슴들과 함께 논에서 김을 매고 있는데 신임 현감이 인사차 찾아왔다.

사또가 온 것을 보고서도 고불은 논에서 나오지 않고 계속해서 일만 했다. 사또는 하는 수 없이 논 옆에서 기다려야 했다. 사또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한 식경 일을 더 하고 고불이 나와서 인사를 하는 사또에게 한마디 던졌다.

“기다리느라 힘들었지! 어떤가? 논 밖에 서서 기다리는데도 그렇게 힘이 드는데, 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고통을 알지 못하면 이 고을을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네….” 한양에서 곱게 자란 신임 사또에게 농부들의 고통을 몸소 깨우쳐주기 위한 고불 대감의 교육이었던 것이다.

장애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장애인들의 고통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장애인에게 올바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참된 이해보다는 그릇된 편견이 더 많아 장애인 문제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

장애인들에 대한 그릇된 편견 중에 가장 잘못된 것이 장애인들을 수혜자로 보려는 시각이다.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해 사업체 방문 시 사업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장애인이 일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이면에 장애인들은 가정이나 시설에서 보호받으며 국가가 주는 사회복지서비스로 살아야 하지 않느냐는 그릇된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들도 비장애인에 비해 실업률이 높을 뿐이지, 사회복지 수혜자로 사는 사람들보다 직업생활을 하면서 납세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리고 납세자로 살고자 희망하는 많은 장애인으로 하여금 사회복지 수혜자로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장애인들이 아니라 장애인들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인 것이다.

3일은 세계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더 많은 장애인이 사회복지의 수혜자가 아닌 직업생활을 통한 납세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배려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잠시 두 눈을 감고 10m만 걸어보거나, 30분 정도 한 손으로만 컴퓨터 자판을 쳐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짧은 시간이지만 장애인들의 불편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배진홍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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