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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자선냄비 모금행사 일제 시작/ "마음 모으는 구세군 활동 올해도 훈훈한 겨울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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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자선냄비 모금행사 일제 시작/ "마음 모으는 구세군 활동 올해도 훈훈한 겨울 나눠요"

입력
200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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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그렁~ 뎅그렁~ ”

은은한 종소리가 한낮 도심에 울려 퍼진다. 2일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 앞 보도. 마이크를 잡은 구세군 대한본영 최봉섭(52) 사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연말연시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 이날은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행사 첫날. 하지만 전날 대규모 시위의 여파 때문인지 어수선함이 남아있는 도심을 오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몸을 잔뜩 웅크린 시민들은 힐끗 쳐다보고 지나칠 뿐 자선냄비에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원래 이쪽은 모금이 잘 안 되는 곳이에요. 대로변이어서 종소리도 자동차 소음에 묻혀버리기 일쑤이지요.”

순간 어린아이 한 명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1,000원짜리 한 장을 집어넣더니 엄마 곁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첫 기부자다. 뒤를 이어 아이를 업은 주부, 다정스레 손을 맞잡은 연인, 종소리를 듣고 달려나온 인근 식당 아주머니까지….

비록 액수도 1만 원 미만의 소액이 대부분이고, 돈을 내는 시민들의 모습도 제각각이지만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손길만은 다들 따뜻해 보인다.

자선냄비 모금에는 구세군 560명의 사관과 3만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한다. 추위와 싸우며 하루 대여섯 시간 서 있기는 쉽지 않을 터. 무엇이 그를 구세군으로 이끌었을까?

“20년 전 숙직을 하는 데 갑자기 쓰러졌어요. 중풍으로 사지가 마비되고 한동안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꺼렸습니다. 병마와 싸우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영혼을 구원하는 일이 가장 값진 보람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는 23년간 몸담았던 은행을 미련 없이 떠나 신학대학에 다니며 목회를 준비하다 2000년 구세군 사관이었던 친척의 권유로 사관학교에 들어갔다. “

‘부부가 함께 입교해야 한다’는 구세군 규정 때문에 잠시 고민도 했었지만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아내(52)도 제 뜻을 이해하고 흔쾌히 따라주었지요.”

최 사관이 말하는 자선냄비의 가장 큰 미덕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다. “자선냄비는 거창한 사회운동이 아닙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기독교적인 삶의 실천이지요.

기부의 참된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돈을 넣어도 가볍게 눈인사만 할 뿐 말이 오가지 않는다. 그래도 2003년에 서울지하철 시청역 앞에서 한 50대 남성이 3,752만 원이란 거금을 넣고 황급히 사라진 적이 있다.

자선냄비는 불황 속에서 오히려 빛을 발한다. 그 어렵다던 외환위기 시절에도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고, 지난해에도 25억 5,000여만 원이 걷혀 훈훈한 이웃사랑을 느끼게 했다.

최 사관은 눈 오는 날 모금 실적이 가장 좋다고 했다. “하얀 눈의 깨끗함에 감동을 하는지 이런 날은 유독 자선냄비가 펄펄 끓습니다.” 반면 비가 내리거나 날씨가 추우면 자선냄비를 찾는 발길이 뜸해진다.

올해 목표액은 27억 원. “거리를 걷다 종소리가 들리면 한번쯤 돌아보세요. 빨간 냄비가 여러분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금활동은 24일 자정까지 전국 76개 지역 230개 자선냄비에서 계속된다.

■ 구세군(救世軍)

1865년 영국의 감리교 목사였던 윌리엄 부스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창설한 ‘기독교 선교회’가 모태. 1878년 군대식 제도를 따와 ‘구세군’으로 명칭을 바꾸고 국제적인 단일조직으로 거듭났다.

자선냄비는 구세군의 대표적 사회사업 활동으로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구세군 사관이 빈민을 돕기 위해 큰 쇠솥을 거리에 내건 데에서 유래했다. 국내에는 1928년 서울 명동에서 첫 선을 보였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사진= 박서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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