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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유시민이 대통령 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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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유시민이 대통령 된다는데"

입력
200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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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골프 유머 중에는 다소 듣기 민망한 얘기가 있다.

라운딩하는 4명 중 유독 컨디션이 좋은 동반자가 있으면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칭찬하라는 것이다.

먼저 “노 대통령이 국정을 참 잘 운영한다”고 하면 웬만한 실력자도 엉뚱한 방향으로 볼을 날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꿋꿋이 잘 치면 “이해찬 총리는 참 겸손하더라”라고 하면 십중팔구 흔들린다는 것이다.

앞선 두 얘기로도 꿈쩍하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은 유시민이 된다고 하데”라는 말만 하면, 아무리 군자라도 버럭 화를 내며 샷을 망친다는 것이다.

독설이나 다름없는 이 유머는 그 정도로 끝나지 않고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 등 노 대통령의 다른 측근들을 걸고 들어가는 2탄, 3탄이 나오고 있다. 주말 골퍼들이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만든 유머치고는 상당히 정치적이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노무현 시대가 이렇게 조롱당할 정도는 아니다. 정치자금 문제를 보면, 한국 정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다. 권력에 의한 공포도 사라졌고 오히려 권위의 추락을 걱정할 정도다.

몇 달 전 이 총리가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삼청동 공관으로 초청, 식사 전에 정원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마이크로 인사말을 주고받자 옆집 노부부가 강하게 항의, 그 이후부터는 정원 파티가 없어졌다고 한다.

경제분야에서도 교역 5,000억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고, 주식시장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비난하다 못해 비아냥대기까지 하는 우리 풍토가 잘못된 것일까. 그 역시 아니라고 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저자거리의 어린애들이 부르는 노래가 민심을 반영했고, 그 노래가 심상치 않으면 군주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골프 유머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잡다한 일에 댓글을 다는 작은 모습으로 비쳐지고, 총리는 유아독존적 태도로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고, 유시민 의원은 정권을 내줘도 좋다는 알량한 궤변을 설파하고 있으니…그런 유머가 나오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은 긍정적인 경제지표조차 노무현 정부의 업적으로 평가해주지 않는다.

아마도 민간 기업의 활약이나 국민의 노력이 만들어낸 산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이처럼 노무현 정부의 이미지는 무능, 혼선으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바닥을 기는 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지지도가 이를 잘 말해준다.

이런 경우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예를 들며 그저 무시하면 된다는 변론이 나오곤 한다. 재임 중 숱한 조롱을 담은 유머집이 불티나게 팔렸지만 콜은 “나도 재미있더라”라고 웃어넘기며 무려 16년을 집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면은 다르다. 한국 정치의 가치를 민주화세력이 계속 갖느냐, 마느냐는 본질적인 논쟁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은 무능한 민주화세력 대 부도덕한 산업화세력의 마지막 승부가 될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그의 말은 민주화세력이 점점 무능의 굴레에 갇히고 있다는 의미다.

그 동안 국민은 산업화세력의 부도덕과 부패에 넌더리를 냈지만 앞으로는 민주화세력의 무능에 넌더리를 낼 지 모른다. 노무현 정부는 한 정권에 대한 평가가 아닌 한국 역사의 주류가 누가 되느냐는 시험대에 올라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역사적 소명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니….

이영성 정치부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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