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경북 의성에 있는 옥산중학교라고 하는 아주 작은 학교에 강연을 다녀왔다. 1, 2, 3학년 합쳐 전교생이 50명이라고 했다. 그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보다 더 작은 산골마을에서 그보다 더 목마르게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의성 하면 마늘과 사과가 유명한 곳인데, 학교를 찾아가는 시골길 양편에 끝없이 사과밭이 이어져 있었다. 지금은 수확을 끝냈지만 여름과 가을엔 길을 걷다가 손만 내밀면 바로 사과를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바쁜 중에도 학부모들까지 강연장에 나오셨다. 아이들과는 문학 이야기를 하고 어른들과는 세상 이야기와 아이들을 키우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강연이 끝난 다음 서울로 돌아올 때, 어느 분이 집에서 딴 ‘의성 옥산능금’ 한 박스를 기어이 내 차에 실어주셨다.
가슴이 찡해졌던 것은 단지 사과에 대한 고마움만이 아니다. 저분들은 과수원을 하여도 나에게 준 것과 같은 최상품의 사과를 집에선 쉽게 먹지 못할 것이다. 예전 우리 부모님들이 그랬듯 무엇이든 좋은 것은 다 남을 위해 내놓고, 집에서 먹는 것은 한쪽이 상하거나 못생긴 것들이었다. 그것이 우리를 늘 안타깝고도 가슴 뭉클케 하는 농부들의 삶이다.
소설가 이순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