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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삼국지, 동아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 '삼국지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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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삼국지, 동아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 '삼국지를 보다'

입력
200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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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는 동아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삼국지가 뭇 독자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유비 관우 조조 손권 등 난세를 풍미한 수많은 영웅호걸 들의 활약과 부침이 워낙 드라마틱한 데다, 각자의 시각과 시대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형적인 간웅(奸雄)이라 평가 받는 조조는 천하삼분(天下三分)의 난세를 극복한 지극히 현실적이고 강인한 군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야기의 골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전혀 다른 해석과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술철학 박사이자, 인천국제공항 문화재 감정관으로 일하고 있는 김상엽씨의 ‘삼국지를 보다’는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삼국지를 재구성하기 보다는 한중일 삼국의 삼국지에 관한 여러 그림을 통해 삼국지 달리 보기를 권한다. 제목 그대로 ‘읽다’ 대신 ‘보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문자 시대를 거친 옛 사람들도 대부분의 정보를 이미지로 전달했다고 말한다. 당연히 조악한 수준일지라도 삽화는 시각적 전달매체로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당대의 풍물을 떠올릴 수 있다고 본다.

책은 유안이 아내를 죽여 유비에게 바치는 장면을 소름 끼칠 정도로 실감나게 묘사한 일본 그림과 이를 은유적으로 처리한 국내 그림 등을 비교해가며 세 나라 풍습과 회화 전통의 차이를 대조한다. 또한 세월을 거치며 왜곡된 여러 인물의 면면을 정사(正史)와 비교해 입체적인 복원을 시도하기도 한다.

삼국지 등장 인물의 객관적 평가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림을 통해 삼국지의 면모를 다시 본다는 저자의 시도는 신선하다. 그러나 책은 한중일 의 삼국지 그림과 시대상의 연관성을 단순히 엿보는 데에 그칠 뿐 세 나라의 삼국지에 대한 각기 다른 세계관과 미학적 감성을 깊이 파헤치지는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책은 삼국지의 분석서도 연구서도 아니다. 이 때문에 책은 막힘 없이 읽히는 장점을 갖지만, 동시에 좀 더 깊이 있는 해석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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