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을 둘러싼 북미관계가 북풍한설을 맞으면서 꽁꽁 얼어붙고 있다. 냉각의 계기는 미국의 대북 금융ㆍ경제제재에 관한 북미간 협의가 무산됐기 때문.
미 워싱턴포스트는 이 달 9~11일로 예상됐던 북미간 대북 금융제재 협의가 결국 최소됐다고 1일 보도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미국 방문도 허용되지 않았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를 확인했다. 이 협의는 북한이 11월 6자회담에서 북핵 논의를 멈추면서까지 요구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차기 회담 개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산의 직접 이유는 양측의 동상이몽(同床異夢) 때문인 듯하다.
11월 6자회담 당시 김 부상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경제봉쇄로 규정하면서 반발하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그 문제를 ‘브리핑’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당시 김 부상은 힐 차관보 답변 후 “금융제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미 양자접촉을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 부상을 채널로 금융제재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중이 읽혀졌다.
반면 미국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북한 당국자가 방미할 경우 재무성과 사법당국의 하급 실무자들이 금융제재 조치를 취한 법률적 배경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협의 수준을 제한했다.
위조달러 제조, 자금세탁 등의 범죄 사안을 놓고 정치적 타협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북측 6자회담 대표와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할 경우 이 문제와 6자회담이 연계될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당연히 김 부상은 협의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북미간 깊은 간극이 이번 협의 무산으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 전 북미 양자접촉에 소극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음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워싱턴포스트는 “9ㆍ19 공동성명 이후에도 미국은 대북 외교적 유연성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번 협의 무산을 크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은 미국의 제재로 묶인 마카오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의 예치금을 인출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북한의 통치자금이라 할 수 있는 예치금 인출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북미관계의 냉각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금융제재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핵 문제 논의가 어렵다고 밝혔던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가 2일 “금융제재 문제는 6자회담과는 별개”라며 두 사안의 연계 가능성을 경계한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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