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현행범을 연행할 때 범죄사실의 요지와 체포이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알리는 절차인 이른바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신수길 부장판사)는 1일 “2000년 총선 당시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경찰이 방해하고 집회 참가자를 연행했다”며 당시 청년진보당(현 사회당) 후보 류모씨 등과 당원 5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집회 참가자 일부를 연행하면서 체포하는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며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현행범 체포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원고들을 강제로 연행했으므로 이는 위법한 체포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가운데 경찰에 연행됐던 남모씨 등 21명에게 각 3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집회는 선거법상 사전신고가 필요한 연설회 형식이었지만 미리 신고하지 않아 위법한 선거운동이었고 또한 참가자들이 현수막에 불을 지르는 등의 행동을 했으므로 경찰이 참가자 일부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류씨 등은 2000년 3월 서울의 한 신문사 앞에서 신문지로 만든 현수막을 불태우는 퍼포먼스 집회를 하다가 경찰에 연행되자 경찰이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연행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며 2003년 소송을 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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