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으로 싱가포르 당국에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던 베트남계 호주 국적의 청년 구엔 투옹 반(25ㆍ사진)에 대한 교수형이 각계의 구명운동에도 불구하고 2일 집행됐다.
구엔은 2002년 싱가포르 공항에서 헤로인 396g을 소지하고 있다 체포됐다. 싱가포르는 법으로 헤로인 15g 이상만 소지하면 무조건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세계에서 마약밀매에 대한 처벌이 가장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아침 싱가포르 내무부 대변인이 사형집행 성명이 발표되자 이에 대한 비난과 항의가 국내외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구엔이 시민권자임을 내세워 가장 적극적인 구명운동을 펼쳐 왔던 호주는 “야만적”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필립 루독 호주 검찰총장은 “구엔이 헤로인 운반에 나선 건 쌍둥이 동생인 코아가 진 빚 3만 호주 달러(2,300만원)를 갚기 위해서”라며 마약 중독자였던 동생과 달리 구엔은 전혀 전과(前科)가 없었던 점을 들어 그의 사형집행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결성된 ‘싱가포르 반 사형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당국의 처사를 개탄한다”는 비난 성명을 발표했고, 국제앰네스티(AI)의 사형반대 운동 책임자인 팀 구드윈도 “야만적이고 잔인한 처벌”이라고 비난했다.
호주 정부는 존 하워드 총리가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에게 무려 5차례 구명을 호소하는 등 사법ㆍ외교 채널을 통해 전방위 구명 노력을 펼쳤으나 결실을 보지 못해 양국 간 외교관계에도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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