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고 밝혔다. 2% 금리는 2003년 6월 이후 2년 반 동안 유지해 온 것으로 ECB의 금리인상은 2003년 6월 4.5%에서 4.75%로 오른 이후 5년 만이다.
ECB는 현재 유럽 내 인플레이션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주 전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ECB가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며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유로를 쓰고 있는 유럽 내 12개 나라의 인플레이션이 연율 기준 2.5%로 ECB의 억제 목표치인 2%를 웃돌고 통화공급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고유가까지 더해져 있다며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여기에 유럽 경제가 3분기 소폭 호전된 것도 ECB가 금리 인상 배경으로 작용했다. 유로를 쓰는 유럽내 12개 나라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0.6%로 2분기 0.4%에 비해 커졌다.
ECB의 금리 인상에 대해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ECB가 금리를 동결해 온 2년 반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2차례나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가 4%에 달한 데 대해 대부분 분석가들은 불안감을 가진 바 있다.
하지만 유럽 정계와 경제계를 중심으로 “경제 성장이 완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지금은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다”며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유로존 12개국 재무장관 회의를 이끌고 있는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고유가가 임금 인상 등 전반적인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그렇지 않아도 소비가 위축된 마당에 금리 인상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더욱 지갑을 열리 않게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유로 경제 기반은 매우 약해 금리 인상으로 얻을 것이 별로 없다”며 금리 인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OECD는 “유로존의 경기 회복은 낮은 금리와 유로화 약세, 수출 시장의 활황에 힘입은 것”이라며 “경기 회복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트리셰 총재는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낫다”며 금리 인상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때문에 앞으로 ECB와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의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과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벌써부터 앞으로 몇 달 안에 ECB가 추가로 금리 인상을 계속 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2.75% 또는 3%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편 이날 ECB의 금리 인상 소식에 유로-달러는 전장 뉴욕대비 0.0066달러 떨어진 1.1726달러를 나타냈다. 유로화는 ECB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직전 1.178달러에 거래됐다가 발표 후 0.006달러 가량 떨어진 것인데 한편 이날 ECB의 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진 유럽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약세를 나타냈다.
분석가들은 ECB가 당초 예상대로 금리를 인상했지만 기대치에 못 미치는 소폭 인상에 그쳐 실망 매물이 많이 나와 유로화가 하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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