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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한 '해피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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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한 '해피 홀리데이'

입력
200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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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은 추수 감사절이었다. 나흘간의 추수감사절 연휴 때는 미국에서도 각지에 흩어졌던 가족들이 집으로 모여들어 한국의 설날이나 추석처럼 인구의 대이동이 이루어진다.

추수 감사절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건너왔던 청교도들이 1년 동안 혹한과 굶주림을 이기고 살아남은 것을 신께 감사드렸던 데에서 연유한다. 이런 유래와 전통을 보면 흔히 미국이 기독교 국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모습은 급속히 달라졌다. 테네시주의 한 작은 마을에서 고등학교 생물 교사가 학생들에게 법에 금지된 진화론을 가르쳤다 하여 기소된 것이 불과 80년 전의 일인데, 오늘날에는 그 반대로 진화론과 함께 ‘지적 설계론’을 가르치기 위한 법적 공방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적 설계론이란 “자연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해 진화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으므로 절대자가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소송을 제기한 학부형들은 지적 설계론이 증명할 수도 없고 반증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과학의 범주에 들지 않으므로 이를 과학 시간에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미국 화폐에 명기된 ‘In God We Trust(우리는 신을 믿는다)’ 라는 문구가 위헌이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소송을 제기한 의사이자 변호사인 마이클 뉴도라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화폐에 이런 문구를 집어넣는 것은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진화론 교육을 금지했던 테네시주의 법률이 폐지된 것이 1967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인종 차별을 폐지하기 위해 불이 붙었던 1960년대의 인권운동은 인종적 소수뿐 아니라 성적, 종교적 소수의 목소리도 크게 키워 놓았다.

미국인들은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홀리데이’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12월에는 유대인들의 명절인 하누카와 아프리칸-아메리칸들의 축제일인 크완자까지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이제 성적 취향과 마찬가지로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가장 조심스러운 토픽 중의 하나가 되었다.

미국을 세웠던 건국의 아버지들이 요즘 벌어지고 있는 소송 사태를 보면 무슨 말을 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사양길에 접어든 미국 교회들을 속속 접수하고 있는 한인 교회들을 보며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한수민· 미국 시카고· 국제로타리 세계본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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