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혐의로 구속된 임동원,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이 도청에 이용된 휴대폰 감청장비의 개발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2일 두 사람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
공소장에 따르면 신씨는 국정원 차장 때인 1998년 5월 감청부서인 8국으로부터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 R2가 ‘매우 획기적인 감청장비’라는 개발완료 보고를 받고, 같은 해 8월 이동식 감청장비인 CAS의 개발계획도 보고받았다. 임씨는 2000년 5월 김은성(구속) 차장 등으로부터 CAS 20세트의 개발완료 보고를 받고 장비 운영지침을 제정토록 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상훈 재향군인회장과 예비역 대령 서정갑씨 등 햇볕정책 반대론자들의 통화 등 10여건의 도청사례를 새로 적시했다.
새 도청사례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씨의 보물선 인양사업 관련 통화, 남궁진 문화관광부 장관과 이태복 보건복지부 장관간 강원랜드 이사 후속보직 관련 통화, 민주당 이강래 의원과 KBS 박권상 사장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관련 통화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국정원이 매월 5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광화문 구로 혜화 신촌 영등포 영동 등 6개 주요 전화국 전송실장에게 매월 50만원씩, 담당 실무자에게 매월 30만원씩 보안유지비 명목으로 지급한 사실도 밝혀냈다. 또 R2 개발에는 12억여원, CAS 개발에는 19억원의 예산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 자살경위를 조사해 온 대검 진상규명조사단(단장 권재진 공안부장)은 “이씨가 신건 국정원장 등에 불리한 진술을 한 것에 대한 자책감과 재판에서 증인으로 이들과 마주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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