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말아톤’이 또 시작된다. 이번엔 5명의 장애인이 사이좋게 번갈아 가며 통일로를 달린다.
무대는 4일 구파발-임진각 37.4km 구간에서 열리는 한국일보 릴레이마라톤. 세계장애인의 날(3일)에 즈음 해 열리는 경기라 더욱 뜻 깊다. 관련기사 17면
‘릴레이 말아톤’의 주인공은 정신지체 장애인 생활시설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 우성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석현(42) 이남이(39) 황불상(38) 이만복(35) 김완수(33)씨다.
모두 1~3급 지체장애인데다 간질, 팔ㆍ다리 휨, 정서장애, 청각장애, 자폐 등 중복장애까지 안고 있다.
게다가 이석현씨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연고조차 없다.
부모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으며 운동한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23)씨나 배영 200m에서 장애인 세계신기록을 세운 김진호(19)군과 달리 어릴 때 부모의 버림을 받아 복지시설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우성원 5형제’에게 마라톤은 무리였다. 단어 한마디도 건네기 힘겨워 하던 이들에겐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것조차 고역일 수밖에 없었다. 5명 중 3명이나 정신연령이 3~4세에 불과하다는 1급 장애다.
5형제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자원봉사를 위해 우연히 우성원을 들렀던 강동철인3종클럽 회장인 송금열(52)씨가 발벗고 나섰다. 장애인도 운동을 하면 몸은 물론 정신까지 건강해질 것으로 믿었던 송씨가 매주 금요일마다 우성원을 들러 달리기를 지도했다.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5형제는 10km는 물론 하프마라톤까지 뛸 수 있을 만큼 몸이 단련됐다.
훈련은 힘들었지만 고될수록 5형제는 “우리도 할거야”라며 더욱 굳세게 뭉쳤다.
지난 9월에는 우성원의 달리기클럽 10여명과 2박3일 동안 서울-속초간 220km 이어달리기를 해낼 만큼 지구력은 일반인 이상이다. 가장 젊은 김완수씨는 10km를 48분에 주파하기도 했다. 아마추어로는 중급이상의 수준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페이스 조절능력이 없다. 때문에 심장이 터질 정도까지 뛰어가다 주저앉고 만다. 그래서 이번 릴레이마라톤에선 철인클럽 회원들이 7km 안팎의 5개 구간마다 우성원 5형제 옆에서 뛰며 속도조율을 도울 예정이다.
릴레이마라톤대회 참가를 주선했던 송씨는 “장애인도 일반인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출전하게 됐다”며 “내년에는 우성원 친구들이 부산-서울 대역전경주 국토종단에도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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