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달, 그것도 여행 목적지가 섬이라면 일출과 일몰이 빠질 수 없다. 제주는 그 자체가 섬이면서도 무수한 섬들을 거느리고 있는 섬중의 섬이다. 그림 같은 섬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출, 일몰이 있어 제주 여행은 더욱 각별해진다.
매일 매일 뜨고 지는 해이지만 배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그림은 전혀 딴판이다. 구름, 해무의 배치와 농도에 따라 생애 최고의 감동적인 장면을 구경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나날이 다른 풍광이지만 그 주체가 자연이기에, 인간이 개입할 수 없기에 감동과 안타까움의 강도는 그만큼 강렬하다.
인간의 힘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정확한 일출, 일몰 포인트를 찾는 것이다. 위치와 각도에 따라 눈에 담는 그림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짧은 시간이 마무리 되는 터라 지점을 제대로 모른다면 바다로 달려간들 감동은 격감하기 마련이다.
제주의 일출하면 으레 성산 일출봉을 떠올린다. 영주(제주의 옛이름)십경 중 첫째로 손꼽힐 만큼 가히 절경이다. 붉은 기운이 일출봉 전체를 달궈내는 풍광은 압권이다. 하지만 적어도 겨울에는 아니다. 일출봉에서 훨씬 남쪽으로 치우친 곳에서 해가 솟구치는 까닭에 발갛게 달아오른 일출봉을 기대하기 어렵다.
겨울 제주의 일출 명소는 남제주군 안덕면 해상의 형제섬을 최고로 친다. 사계 포구에서 1.5㎞ 가량 떨어진 바다에 솟은 2개의 바위섬이다. 두 섬이 형제처럼 나란히 마주보고 있다고 해서 형제섬이라고 불린다.
형제섬 일출 포인트는 지난 해 구석기 시대 사람의 발자국이 발견된 송악섬 인근 해변이다. 해안을 빙 둘러 목책을 두르고 있어 찾기가 어렵지 않다. 새벽녘 불을 밝히는 어선의 행렬이 사라질 때쯤 형체를 드러내는 태양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 따로 없다.
한참을 솟구칠 때까지 실루엣으로 남아있는 형제섬의 영상이란! 또 동트기 전에 도착하면 한라산 백록담을 뚝 떼어 놓았다는 산방산의 어렴풋한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일몰 포인트는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 앞바다의 차귀도가 곧잘 추천된다. 송나라때 호종단이라는 사람이 제주도에서 큰 인물이 날 것을 우려, 지맥을 끊고 달아나던 중 한라산의 수호신이 변한 매 한 마리가 배를 가라앉혀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歸)을 막았다(遮)는 전설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제주도 일대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가장 큰 섬이다. 죽도, 지실이섬, 와도 등 3개의 섬과 크고 작은 바위섬들로 이뤄져 있다.
차귀도의 일몰은 죽도와 지실이섬, 혹은 지실이섬과 와도 중간으로 사라지는 해를 보는 것이 제 맛이다. 흔히들 고산리 북서쪽에 자리한 사화산 수월봉으로 알려져 있지만 겨울철에는 보다 북쪽으로 향해야 한다.
풍력 발전기로 유명한 용수리 해안 도로변. 해안 도로에서 바다를 따라 산책로가 나 있는데, 지형을 잘 살펴 주변에서 해가 떨어지는 지점을 여령껏 정해야 한다. 자리를 정했다면 이제 자연이 빚어내는 그림을 감상하는 일만 남았다.
제주=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색다른 관광 '헬기 투어'
숲을 제대로 보려면 숲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 이치. 9월 문을 연 ‘제주 헬기 투어’는 하늘에서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최근 가장 떠오르는 투어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양항공이 러시아에서 들여온 헬기는 ‘MI171’ 기종으로 블라디보스톡과 사할린구간에 인력을 수송하던 20인승 초대형 헬기이다. 대양항공측은 탑승하는 모든 관광객이 창밖으로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8인승으로 개조,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모두 4가지 코스로 운항된다. 첫 번째는 새별오름을 지나 중문단지와 서귀포 주상절리를 감상한 뒤 범섬과 오름군락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코스. 두 번째는 마라도, 산방산, 용머리해안을 거쳐 오름군락을 지나는 코스. 두 코스 모두 육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제주의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한라산의 장엄한 모습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코스도 있다. 새별오름을 지나 한라산계곡을 따라 영실기암 등을 본 뒤 백록담을 가까이서 접하고 오는 코스로 12월 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등 동부 해안을 답사하는 코스는 내년 봄부터 운행될 계획.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되며, 1회 탑승 시간은 20~25분 가량. 요금은 13만원이며, 12월말까지 30%가량 할인된 9만9,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064)792-3533
요트를 타고 제주의 해안선을 즐기는 프로그램도 있다. 서귀포 중문단지에 위치한 퍼시퍽랜드에서 운영하는 요트는 지난 해 국내 기술진만으로 제작한 최초의 국산 요트이다. 요트내에 8명이 잘 수 있는 침구, 10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좌석과 테이블, 주방 시설, 노래방 시설까지 갖췄다.
퍼시픽랜드에서는 주상절리, 중문해수욕장, 하예동 갯깍을 돌아오는 1시간 코스를 비롯, 형제섬과 마라도를 둘러보고 오는 5시간 짜리 코스까지 준비돼 있다. 1인 6만원. (064)738-2888
글ㆍ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 토속 먹을거리
갈치, 자리물회, 오분자기 뚝배기 등 상당수 제주 토속 음식은 이제 육지에서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가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음식들이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 말고기.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제주는 말과 밀접한 고장이다. 사육은 물론 음식으로도 즐겼다. 제사상에서 바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나 먹을 수는 없었다. 워낙 귀한 터라 쉽게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그래서 제주 주민들은 말고기를 약으로 생각하고 먹었다. 실제로 말 머리는 치매 예방, 피는 근육통에, 기름은 혈액 순환을 좋게 하며, 말 젖은 고혈압이나 결핵 간염에 효험이 있다. 칼로리와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어 다이어트 음식으로 적합하며,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성인병 예방에 좋다.
맛은 소고기와 비슷하며 배와 엉덩이 살이 연해 이 부위를 주로 요리로 내놓는다. 육회는 소고기와 맛에서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담백하다. 제주동물테마파크에서 직영하는 탐라목장이 말고기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생간, 육회, 막창, 불고기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세트메뉴를 판매한다. 1인분 1만~5만원. (064)784-7678
꿩 요리도 있다. 꿩은 섬유질이 가늘고 연하며 근육질에 지방이 없어 피부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불포화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어 콜레스테롤 억제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맛이 담백하고 소화도 잘 된다. 음식물을 통해서만 공급이 가능한 8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갖고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특히 좋다.
국내 유일의 상설 수렵장인 대유랜드가 꿩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을 운영중이다. 클레이 사격으로 꿩 사냥을 즐긴 뒤 꿩샤브샤브로 마무리하면 반나절 여행으로 그만이다. 꿩샤브샤브 1만2,000원, 꿩만두국 9,000원, 꿩냉면 7,000원. 샤브샤브, 튀김, 구이 등을 골고루 내놓는 세트 메뉴는 1인분 3만~5만원선. (064)738-0500
돔베고기도 별미 중 하나. 마늘을 넣고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먹기 좋게 썰어 부엌에서 흔히 사용하는 도마(돔베)에 내놓는 것이 돔베고기이다. 야채, 자리젓, 멸치젓에 찍어 먹는데, 노린내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 관광객들은 제주의 돼지를 주로 구워 먹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삶아 먹는 것이 보편화해 있다.
한정식을 먹을 때 주로 딸려 나온다. 제주공항 근처의 식당 덤장이 돔베고기를 전문으로 내놓아 인기를 얻고 있다. 1만~1만5,000원선. (064)713-0550
빙떡은 살짝 양념한 무채를 메밀 반죽에 돌돌 말아 내놓는 제주의 토속 음식. 최근 메밀과 무가 웰빙 음식으로 각광 받으면서 이 떡을 내놓는 음식점이 늘고 있다. 씹는 느낌이 빵처럼 부드럽고, 씹을수록 담백한 게 감칠맛 난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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