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을 괜히 냈나 싶을 정도라니까….”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간통죄 폐지법을 발의한 뒤 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빗발치는 항의 전화 때문이다. 항의 내용도 “당신 간통하고 찔려서 그러느냐”는 비아냥부터 “나라를 간통 공화국으로 만들 셈이냐”는 호통까지 천차만별이다.
염 의원처럼 발의한 법안이나 국회 발언 때문에 전화 비난이나 사이버 테러에 시달리는 의원들이 많다. 예전엔 이념문제나 이익단체의 이해가 걸린 법이 주로 공격을 받았다면, 요즘은 성(性)과 흡연 등 주로 개인의 1차적 욕구와 관련된 법을 제안한 의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성 문제와 관련된 법은 ‘테러를 부르는 주문’이나 마찬가지다. 성매매 방지법이 대표적. 법이 통과된 건 16대 국회 때이고 시행된 지 1년도 더 지났지만, 거의 모든 여성 의원들이 아직도 항의에 시달린다. 얼마 전 민주당 손봉숙 의원실엔 정체 불명의 남성들이 들이닥쳐 바지를 벗은 채 “집창촌을 없앴으니 당신들이 대신 해결해달라”고 협박해 여성 보좌진들이 기겁하고 도망을 쳤다.
지난달 손 등을 이용한 유사성행위도 성매매로 처벌하도록 하는 법을 낸 우리당 조배숙 의원실엔 밤만 되면 “당신 때문에 갈 데가 없어졌다”는 취객들의 생떼 전화가 걸려 온다.
우리당 홍미영 의원은 6월 부부간 강제적 성관계를 강간으로 간주하는 법을 냈다가 남성 네티즌들의 항의 글로 홈페이지가 몸살을 앓았다. “홍 의원은 원할 때만 하느냐”는 인신 공격은 물론이고 “남자들이 억지로 성관계를 해야 가정을 보호할 수 있다”는 막말들이 퍼부어졌다.
흡연권 등 개인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제한하는 법은 거의 예외 없이 폭격을 당한다. 우리당 이경숙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잔인한 이종격투기를 TV에서 중계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가 한달 반 동안 회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엄청난 항의 전화를 받았다. 심지어 이 의원의 남편인 우리당 최규성 의원실까지 유탄을 맞았다.
이 의원측은 “세상에 이런 욕도 있나 할 정도의 심한 욕설을 들었다”며 “듣다듣다 못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금세 전화를 끊더라”고 전했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7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낸 뒤 “몇 년 뒤 선거권이 생기면 두고 보자”는 등 청소년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같은 당 권영세 의원의 ‘임산부나 어린이 바로 옆에서 흡연을 할 수 없게 하는 법’과 유기준 의원의‘TV와 신문의 술광고를 금지하는 법’에 대해서도 애연가와 애주가들이 들고 일어났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