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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생산액이 쌀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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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생산액이 쌀 앞섰다

입력
200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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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시장 개방이 가속화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국한됐던 대형화ㆍ자본화의 물결이 농업부문에도 밀려 들어와 2004년 이후 우리 농업의 근본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곡인 쌀이 ‘제1의 농업 생산물’(최대 생산품목) 지위를 축산물에 내준데 이어, 농업인구와 대외식량의존 구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1일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축산물 생산액은 2003년(8조8,696억원)보다 1조9,703억여원 늘어난 10조8,399억원으로 커진 반면 쌀 생산액은 전년(8조8,359억원)에 비해 1조1,272억원 증가한 9조9,631억원에 머물렀다.

농림부 관계자는 “2003년에도 축산물 생산액이 쌀을 앞섰으나 그 해는 최근 20년 사이 최대 흉작으로 쌀 수확량이 비정상적으로 격감(예년의 95% 수준)한 결과이고 그 격차가 미미해 의미를 부여할 수 없던 것”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세적이고 실질적 의미에서 농업의 중심 축이 쌀에서 축산물로 넘어간 첫 해는 지난해”라며 “축산물 생산 우위 구조는 앞으로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쌀의 경우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에도 전면 개방이 유예된 반면, 축산물 시장은 개방의 길로 들어서 외국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대형화ㆍ자본화가 급진전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우농가의 경우 1985년 50두 이상 사육농가가 961개에 불과했으나, 2004년에는 5,483개로 늘었다. 반면 20두 미만의 영세 농가는 104만개에서 17만개로 대폭 감소했다.

그러나 쌀 농가도 내년부터 수입 쌀의 국내 시판 등 시장개방 폭이 넓어지는 데다 인구 고령화라는 사회요인까지 겹치면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될 조짐이다.

농림부 내부자료에 따르면 2003년 24만2,000명이던 50세 미만 농민가구주가 2013년에는 9만9,000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또 2003년 73만명인 60세 이상 농민가구주 중 절반 가량인 35만명은 사망이나 고령에 따른 은퇴로 농업에서 손을 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곡수매제 폐지로 2005년을 기점으로 쌀 값도 큰 폭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995년 12만원대(80㎏ 한 가마)이던 산지 쌀 값이 정부의 가격지지로 2004년에는 16만원까지 상승했으나, 앞으로는 정반대 현상이 예상된다. 이미 2005년 14만5,000원으로 떨어진 쌀값이 2014년에는 11만원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게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농산물 교역 확대로 식량의 대외의존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부족한 곡물을 대부분 미국에 의존했으나, 2000년 이후 중국의존비율이 급속히 높아져 올해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

9월말까지 중국 농수산물 수입액은 25억5,000만 달러인 반면 미국산 수입액은 17억1,000만 달러에 머물고 있다. 내년 중순 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농산물시장이 추가 개방될 경우 또 다른 충격이 예상된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업도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영세농과 고령농에 대해서는 사회ㆍ복지적 차원의 대책이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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