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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진위 논란 확산/ 이제는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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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진위 논란 확산/ 이제는 말해야 한다

입력
200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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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서 DNA검사 나서야

MBC ‘PD수첩’이 제기한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가짜 의혹이 과학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다.

1일 DNA검사를 맡았던 업체가 일부 검증결과를 밝히고, 황 교수팀과 PD수첩팀이 공동으로 검증작업을 벌였던 정황이 점차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던 관련 연구자들의 반응이 차츰 “밝힐 수 없다”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황 교수팀이나 PD수첩팀 모두 DNA검사결과에 대한 전말을 명쾌히 밝히지 않아 전 국민이 미궁에 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 시민은 “지난번 연구원 난자기증 때도 계속 아니라고 부정하다가 결국 사실로 드러나더니 이번에도 결국 가짜로 밝혀지는 것 아니냐”고 불신을 표명하고 있다. 과학계 전체에 대한 불신을 막기 위해서라도 과학의 이름으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할 때다.

PD수첩측 문제

검사 결과에 입 다문 채 의혹만 하나 둘 홀려

처음 의혹을 제기한 것은 물론 PD수첩이다. ‘윤리논란’이 사그러든 후 ‘진위 공방’이 불거지자 PD수첩은 “근거 없이 취재를 시작하지 않았다”며 진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정작 DNA검사결과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PD수첩 관계자는 “검증 마무리단계여서 말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 때는 1차 DNA분석결과를 받아들고 재검증을 논의하던 때였다.

하지만 재검증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PD수첩 관계자는 하나 둘 사실을 흘리기 시작했고 황 교수팀은 여전히 함구한 가운데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됐다.

더구나 줄기세포 샘플 5개가 체세포와 일치 또는 불일치로 나온 것이 아니라 2개를 제외하고는 DNA가 아예 나오지 않은 불투명한 결과여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PD수첩의 의뢰로 DNA를 분석한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DNA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적은 극히 드물다”며 “하지만 PD수첩측이 시료가 무엇인지 전혀 밝히지 않은 채 분석을 의뢰, 시료의 상태를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위공방의 핵심인 DNA분석 과정의 엄정성에 대한 논란거리를 남긴 셈이다.

黃교수측 문제

"말도 안돼" 큰소리 치다 "밝힐 수 없다" 말 바꿔

의혹이 이처럼 커지고 있는데도 연구 관계자들은 말을 바꾸거나 언급을 회피해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시료를 제공한 황 교수팀 관계자는 “과학은 과학으로만 말할 뿐”이라고 언급을 회피했었고, 또 다른 관계자는 “PD수첩이 DNA검사를 했다면 결과를 내놓으라”고 큰소리쳤다가 “PD수첩측이 검사를 제대로 못해 결과 자체가 안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DNA검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민감한 상황이어서 섣불리 밝힐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논란의 전말을 꿰고 있을 주인공은 황 교수와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 황 교수는 11월24일 기자회견 후 잠적했고 안 교수는 11월20~29일 출장 후 귀국해 언론 접촉을 피하다가 1일 다시 출국했다.

상황을 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세계줄기세포허브는 11월29일 성명훈 기획협력부장이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시종일관 “지금은 말할 수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

사실 자체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의혹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과 인류번영을 추구한다고 부르짖어온 과학자의 이념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

해법은?

DNA지문 분석 이틀이면 결과 나와

논란을 잠재우는 방법은 단순 명료하다. DNA지문 분석은 친자확인, 시신 등 신원 확인에 익히 쓰이는 기술이고 이틀이면 끝난다.

정해진 유전자 부분의 염기서열을 비교하면 되기 때문에 판독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한 법의학자는 “과기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연구팀의 시료를 받아 다시 한번 검사를 하고, 앞서 검사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왜 나오지 않았는지를 추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오히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왜 검증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저널이 검증한 것을 언론이 재검증하는 것은 과학자의 자존심 문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혼란한 사회에 명료한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과학자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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