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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10대의 性 - 그들의 목소리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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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10대의 性 - 그들의 목소리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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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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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가 여자 친구와 호기심에 성관계를 가졌는데 임신이 됐습니다. 둘이 한참 괴로워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어요.” 고영민(16ㆍ서울 도봉고 1ㆍ사진 왼쪽)군이 기억을 되살렸다.

정작 하고 싶었던 말. “성교육을 정규 과정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부족한 지식 때문에 일어나는 불상사는 계속 늘어 날 것입니다. 성교육이 수학이나 영어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 아닌가요?” 같은 반 친구 서영진(16)군의 생각도 거반 같다.

둘은 그러다 양호 선생님의 권유로 26일 서울 YMCA ‘아하! 청소년 문화 센터’가 주관한 ‘안티 성폭력을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자기 생각이 백번 옳았음을 확인했다.

당시 10대 학생들이 발표한 ‘10대 청소년 성폭력 인식 조사’의 결과였다. 서군을 포함, 고등학생 6명으로 구성된 팀이 서울 지역 중고등학교의 학생 남녀 총 7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였다.

언어 성폭력을 포함한 성폭력의 개념 자체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정확히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수학 여행에서 술을 갖고 온 친구들끼리 모여 게임을 하다가 남녀가 키스를 해야 하는 벌칙이 걸려서 어쩔 수 없이 키스를 해야 했다면 성폭력 피해자인가?’라는 질문에 51.3%나 ‘게임이기 때문에 성폭력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또 ‘이성 친구끼리 놀다가 엉덩이가 참 섹시하다’며 탁하고 때리면 성폭력인가?’라는 질문에는 37.8%가 ‘아니다’라는 쪽을 택했다. 학생 대부분은 성교육이 없으니 성에 대한 의식이 박약하다는 의견이었다.

자신도 몰랐던 많은 부분을 이번 안티 성폭력 프로젝트를 통해 배웠다는 학생은 비단 서군 뿐만이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럴 겁니다. 한창 성에 대해 궁금한 나이에 우리는 부모님 몰래 친구들과 포르노를 보면서 성교육을 받잖아요. 포르노에서는 대개 상대가 원치 않는데 억지로 성관계를 가져요. 아무 것도 모르는 나이에 잘못된 방법으로 잘못된 지식을 얻게 되는 셈이지요.”

처음 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중ㆍ고등학교 때 학생들은 궁금한 것들을 마음 편히 물어볼 상대조차 없다고 토로한다. 학교에서 부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성교육 수업마저도 제대로 진행되는 곳이 드물고, 그나마 안 하는 곳이 많다는 것.

“무작정 피임하는 방법만 알려 준다든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장면이나 낙태 수술을 하는 장면 등만 반복해서 틀어주는 식의 교육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뻔한 이야기만 줄줄 늘어 놓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자유 토론 형식의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해요. 특히 여자의 경우, 성에 대해 또래 남자보다 늦게 눈을 뜨다 보니 무방비 상태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어요.”

성에 쉽게 노출된 아이들은 웃자라기 일쑤다. 그 결과 청소년 성폭력만 만연한다. 제때 올바른 성지식을 배우는 것은 물론, 교사나 부모 등 어른들과 자연스런 의사 소통도 필요하다고 관련자들은 입 모은다.

“한 번도 부모님과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어요. TV에서 키스하는 장면만 나와도 서로 어색해 하며 채널을 돌려버리는 식이지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성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친구들도 다들 이런 부분을 아쉬워해요.” 고 군의 말이다. 이성 친구의 존재가 자연스러운 요즘, 이들의 고민은 실제적이다. 이성 친구와 어느 정도의 관계를 맺는 게 적절한 지부터 궁금한 것 투성이다.

“몰래 친구들과 모여서 음담 패설하는 것보다 어른들에게 당당하게 물어보고 배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 고 군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무심코 뱉던 “가슴이 절벽이야”, “다리가 너무 굵다” 등의 발언도 언어 성폭력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뜨끔했다.

그는 “주먹구구식으로 배우다 보니 아주 사소한 것도 모르는 게 많다”며 말을 이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저와 비슷한 수준일걸요. 청소년 성폭력 예방 차원에서 정규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에 앞서 11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한국 여성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주최로 열렸던 ‘청소년 성폭력 가해 예방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이 내린 결론은 보다 포괄적이다.

이 자리에서 조아미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피해자에 대한 치료나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예방 교육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성폭력 가해자의 대부분이 왜곡된 성지식과 성의식을 가지고 있어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 YMCA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오는 2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민회관에서 청소년 문화 공연 ‘YES와 NO 사이, 청소년 쑈! 쑈! 쑈!’을 갖는 등 정기적으로 연령대별 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02)2677-9220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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