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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록도에 사랑 심고 떠난 수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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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록도에 사랑 심고 떠난 수녀들

입력
200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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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소록도에서 40여년 간 봉사해온 수녀 두 분이 최근 조용히 고국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평생을 이국 땅에서 한센병 환자 치료에 바친 70대 수녀들은 짤막한 편지만 남겼을 뿐이다.

‘너무 늙어서 오히려 부담이 될 것 같고 또 헤어지는 아픔을 줄 수 없어 말없이 떠난다’는 것이다. 작별의 인사나 의식도 나누지 못한 소록도 주민ㆍ환자들은 열흘이 넘게 감사기도를 드리며 이별의 안타까움을 달래고 있다.

간호사 자격을 지닌 20대의 마리안느, 마가렛 두 수녀는 1960년을 전후로 외딴 섬 소록도에 발을 딛었다. 환자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장갑도 끼지 않고 상처를 돌보았고,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도 하게 했다. 한국 의사와 간호사들도 그들의 봉사와 헌신에 자극 받아 소록도는 의료 소외를 벗어났다.

한국어도 잘 하는 이들은 ‘그냥 마리안느, 마가렛 할매라고 부르라’면서 새벽 5시에 일어나 환자들 돌보는 데 전생애를 바쳤다. TV도 없이 작은 장롱만 있는 방에서 검소하고 절약하는 삶을 살았다.

환자 자녀를 위해 영아원을 운영했고, 자활사업에도 발 벗고 나섰다. 이들은 세상에 알려지고 싶지 않아 인터뷰 한번 하지 않았으며, 수 많은 감사장과 공로패를 되돌려 보냈다. 이들이 차마 정부가 주는 국민포장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뿌리치지 않은 것은 우리의 기쁨이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이들의 평생에 걸친 봉사는 이기심과 다툼으로 얼룩진 현대인의 각박한 삶과 종교의 본뜻, 인종문제 등을 겸허하게 되돌아보게 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육신의 병 뿐 아니라 마음까지 따스하게 어루만져 준 이들은 ‘한국의 마더 테레사’였다. 우리는 두 아름다운 수녀가 소록도에 심고 키운 헌신적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그들이 고국에서 여생을 건강하고 보람 있게 보내기를 지극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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