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마라톤 동호인들의 대축제 ‘2005 한국일보 릴레이 마라톤’이 4일 서울에서 열린다. 올해는 213팀에서 총 1,065명이 출전해 초겨울 찬바람을 뚫고 화합과 친목의 레이스를 펼친다. 남자 129팀, 여자 9팀, 남녀혼성 75팀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는 각 부문 5위까지 시상할 예정이다.
2001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5년째 계속되고 있는 한국일보 릴레이 마라톤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동호인 마라톤대회로 자리매김했다. 회사 마라톤 클럽들의 1년 일정표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중요한 이벤트가 됐다.
가장 많은 팀을 출전시킨 곳은 현대기아자동차로 모두 14팀이 출발 총성만 기다리고 있다. 이 팀의 엄재호(45)씨는 “직원끼리 바통을 주고 받으며 뛰다 보면 친목과 동료애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릴레이 마라톤의 장점이다. 가장 많은 팀을 내보낸 만큼 우승을 노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카드캐피탈에서도 11팀의 동호회가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있다. 5년 연속 개근하는 현대카드캐피탈 마라톤 동호회의 구종홍(41) 회장은 “우리 회사는 마라톤 동호회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이라며 뒷풀이도 준비돼 있다”고 자랑했다.
이 밖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삼성전자, 롯데월드, 동부제강 등에서도 서로 자기 회사에 ‘황영조 버금가는 마라토너’가 있다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외국인들도 레이스에 동참한다. 두 팀이 참가하는 스마일런에는 외국인 선수 8명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용산에서 근무하는 주한 미군, 학원강사 등이 주요 멤버. 이 동호회의 박종빈(38) 대표는 “한국에 1,2년 있다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들이 바통을 서로 주고받는 릴레이 마라톤 대회를 통해 한국인의 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 대항전도 있다. 순천향대병원과 이대병원은 각각 세 팀과 네 팀을 출전시켜 병원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서울보훈병원에서도 한 팀이 출사표를 던졌다. 동두천농협과 전곡농협도 한판 승부를 펼친다. 동두천농협의 서지현(42)씨는 “우리 팀에도 에이스가 있지만 전곡농협의 전력도 만만치 않아 섣불리 우열을 점칠 수 없다”고 말한 뒤 “성적도 성적이지만 우리 팀은 위기에 처한 우리 농민과 쌀을 지키자는 구호가 적힌 어깨 띠를 따로 만들어 뛸 생각이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치는 선수도 있다. 모두 7팀을 출전시키는 광명육상연합회에서 E팀의 네 번째 주자로 나서는 원춘일씨의 생년월일은 1928년 12월12일. 만 78세로 대회 최고령이다. 원씨는 올 춘천마라톤대회에서 42.195㎞ 풀코스를 5시간18분에 완주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대회 최연소 선수는 13세 김환렬(호랑이팀 철인3종교실)군으로 1992년 6월29일 생이다.
대회가 예비 송년회인 팀들도 있다. 사조터울마라톤의 전경주(41) 대표는 “상위권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해 가기 전에 얼굴 한번 더 보는 걸로 만족할 것이다”며 등수에는 초연하다고 밝혔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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