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2005년 한국영화 흥행작 계보의 마지막 자리를 놓고 치열한 3파전이 예고돼 있다. 모두 블록버스터다. 최근 3년간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줬던 연말 극장가가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가는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 영화로 채워질 예정이다.
장동건 이정재를 투톱으로 세워 분단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룬 곽경택 감독의 ‘태풍’(제작 진인사필름ㆍ14일 개봉), 최초의 여성 비행사 박경원을 소재로 무려 2년 간의 제작 끝에 선보이게 된 ‘청연’(제작 코리아픽처스ㆍ29일 개봉), ‘황산벌’로 사극의 현대적 해석에 일가견을 보여줬던 이준익 감독이 조선시대 광대들에게 눈을 돌린 ‘왕의 남자’(제작 이글픽쳐스ㆍ29일 개봉)가 그들. 세 편의 제작비만 합해도 400억 원에 가깝다. 하반기 한국영화계에 어마어마한 판이 벌어지는 셈이다.
12월 스크린도 이들 영화가 점령한 상태다. ‘태풍’은 무려 5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당초 같은 날 개봉 예정이었던 ‘청연’ ‘야수’ 등이 개봉을 미루면서 스크린에 여유가 생겼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우리나라 스크린 수 1,540여 개 중 실제 관객동원력을 지닌 스크린이 1,200개 수준임을 감안해 볼 때, 전국 극장의 절반 가량이 ‘태풍’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513개를 뛰어넘는 역대 최다 스크린 수다. ‘청연’도 400개 스크린을 확보했고, ‘왕의 남자’도 시네마서비스의 배급력을 등에 업고있는 만큼 못지 않은 스크린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순제작비 150억원이 든 ‘태풍’은 마케팅 비용으로만 한국영화 평균제작비(42억 원)와 맞먹는 40억원을 투입한다. ‘청연’은 순제작비 96억 원에 마케팅 비용까지 합할 경우 총제작비가 120억원을 넘어서며, ‘왕의 남자’ 역시 총제작비 80억원 규모다. 그러므로 웬만큼 관객이 들어서서는 세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영화 관계자들은 “대략 ‘태풍’ 600만명, ‘청연’ 400만 명, ‘왕의 남자’ 250만명 정도는 돼야 손해를 보지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뒤이은 피터 잭슨 감독의 또 다른 대작 ‘킹콩’(16일 개봉)은 연말 한국 영화판도에서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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