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수뢰를 인정하고 사임한 랜디 커닝햄 전 미 하원의원(공화ㆍ캘리포니아)이 받은 총 240만 달러 어치의 뇌물 목록을 살펴보면 그 품목과 수법의 다양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그는 2004년 한 호텔에서 치러진 딸의 졸업파티 비용 2,081달러까지 이해관계가 얽힌 업자에게 내도록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9일 뇌물 목록을 자세히 열거하면서 1850년대 것으로 추정되는 7,200달러짜리 루이 필립 옷장을 소개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베트남전에 비행기 조종사로 참전한 용사치고는 놀랍게도 섬세한 취미’라고 비꼬았다. 커닝햄 전 의원이 받아 챙긴 가구에는 침실용 골동 탁자 3점, 고급 진열선반, 세면대, 찬장, 대형 옷장 4점 등이 포함돼 있고 카펫, 융단 등도 리스트에 올라 있다.
자동차 롤스 로이스는 청탁을 해결해준 한 업자에게 처음에 우선 1만3,500달러를 내게 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수리비조로 1만 7,889.96달러를 물게 하는 수법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한 방위산업자로 하여금 캘리포니아 델 마르에 있던 시가 70만 달러 상당의 집을 두 배가 넘는 167만 5,000달러에 사도록 함으로써 차익을 챙기는 방식은 오히려 고전적이다. 커닝햄 전 의원은 여기서 남긴 수익을 산타페의 255만 달러 짜리 저택을 구입하는 데 썼다.
이 저택의 두 번째 모기지 대출금 상환에 들어간 52만 5,000달러도 물론 자기 돈이 아니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요트를 60만달러에 판 뒤에도 여전히 자기 것처럼 사용한 것도 뇌물의 한 방식이었다. 콘도 구입용으로 제3자 계좌를 통해 20만 달러를 송금 받거나 7,200달러 상당의 레이저 이용 모의 사격훈련 장치를 받은 것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뇌물에 해당한다.
커닝햄 전 의원은 탈세에서도 대범했다. 그는 뇌물 등으로 얻은 지난해 실제 소득이 최소 121만5,458달러임에도 종합소득을 12만1,079달러로 신고, 탈세 혐의로도 기소됐다. 커닝햄은 결국 산타페 저택 뿐 아니라 현금 185만1,508달러, 각종 가구와 카펫 등을 몰수당하게 됐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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