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어느 마을이나 동네 아이들과 청년들이 귀감으로 삼을 효자 아저씨가 꼭 한 사람씩 살고 있었다. 우리 동네엔 김진달 아저씨가 그랬다. 이 아저씨는 집안이 매우 가난하여 숟가락 두 개만 들고 살림을 났다. 살림을 난 다음에도 여전히 가난하게 살았지만 효심만은 변함이 없었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철마다 이런저런 추렴을 할 때에도 그랬다. 닭을 여러 마리 잡을 때도 있고, 작은 도야지를 잡거나 개를 잡을 때도 있다. 추렴에 낄 것인지 아닌지 미리 기별하여 묻고, 끼는 사람에겐 얼마간의 비용을 걷었다.
우리 할아버지가 자주 추렴을 주관해서 알게 된 일이다. 추렴 며칠 전에 그 아저씨가 우리집 사랑으로 할아버지를 만나러 온다. 와서 꼭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르신, 이번 추렴에 우리 아버지도 꼭 좀 끼워주십시오. 제가 가진 게 없어 비용은 내드리지는 못하고, 어느 날이든 이 댁의 밭을 한나절 매놓고 가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우리가 배우는 책에 나와도 아깝지 않을 효자라고 늘 칭찬하셨다. 그런 효자들이 살던 농촌마을이 지금 쌀과 함께 모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마음의 고향마저 그렇게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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