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년퇴임한 배기원(65) 대법관이 최근 대법관 인사와 관련, ‘지나친 진보화’에 우려를 표시했다.
배 대법관은 이날 퇴임사에서 “대법원이 그동안의 서열인사에서 벗어나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진보적ㆍ개혁적 인사로만 대법원을 구성하는 게 다양성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 일각에서 진보적ㆍ개혁적 인물이 대법원에 대거 포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데올로기 대결 시대가 끝난 마당에 보수냐 진보냐의 잣대로 법관들을 편가르기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며, 단편적인 몇 개 판결만으로 한 사람의 가치관이나 법철학을 재단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대법관 임명에서도 일부 정치인이나 시민단체가 진보적ㆍ개혁적이라고 내세우는 몇몇 법관들이 우선 순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면, 법관들이 진보적ㆍ개혁적이라고 불릴 만한 판결을 하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돼 결국 사법권의 독립이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 대법관은 국민의 사법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명인과 일반인의 사건에서 균형잡힌 재판이 중요하다”며 “법원이 부자의 돈지갑과 권력자의 칼 앞에서나 가난한 사람의 한숨과 눈물 앞에서나 똑같이 공평할 때 국민은 사법부를 존경하고 신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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