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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소심한 남자, 그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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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소심한 남자, 그를 위한 변명

입력
2005.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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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사랑 받은 남자 주인공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지나친 ‘소심남’이라는 것이다. ‘야수와 미녀’의 류승범,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주혁, ‘나의 결혼원정기’의 정재영은 모두 다 “그렇게 소심해서 사회생활 하겠니?”라는 핀잔을 수도 없이 들었을 만한 인물이다.

현실에서라면 물론,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남자일 것이다. 많은 여자들은 ‘야수와 미녀’의 류승범처럼 갑자기 등장한 연적을 소심하게 괴롭히기보다는, 눈 앞에서 당당하고 멋지게 사랑의 결투를 벌이기를 바랄 것이다.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처럼 오직 ‘순정’ 하나가 무기인 촌스럽고 소심한 남자가 실제로 미녀와 결혼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또 키스 할 분위기가 무르익은 로맨틱한 상황에서 그저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돌아서는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 같은 남자라면 먼저 채이기가 십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 속 ‘소심남’들이 사랑 받는 것은 왜 일까. 대부분의 관객도 그들처럼 사실은 ‘작은 심장’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소심한 사람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소심’은 사회에서 개조 대상이다. “왜 그렇게 작은 일에 집착하는 거야. 좀 적극적으로 해”라는 질책은 지겨울 정도다. 입사지원서의 황당한 질문 중 하나인 ‘자신의 성격을 있는 대로 설명하시오’ 대목에 ‘소심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고 솔직하게 쓸 사람은 없다. 거짓말이라도 ‘적극적이고 대범함’이라고 명시한다.

그런데 정말 궁금하다. 소심한 것이 꼭 부정적인 성격일까? 소심해서는 정말 성공할 수 없는 걸까? ‘야수와 미녀’ ‘나의 결혼 원정기’에서처럼 소심한 남자가 미녀를 얻고, 소심한 촌스러움을 매력으로 승화시킨 ‘너는 내 운명’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따져보면 소심함은 사려깊음이나 조심스러움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반면, 대범함은 현실 속에서 자칫 무모함과 동의어가 된다. 그러니 삶의 안정과 행복은 오히려 그들 소심남에 더 가까이 있을 지도 모른다. 혹 전도연 같은 미녀는 놓칠 지라도.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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