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이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연구와 관련해 MBC ‘PD수첩’ 취재팀에 제보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그 신원을 구체적으로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토대로 제보자로 지목된 사람의 신원을 추적, 인터넷 상에서 실명을 퍼트리면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어 마녀사냥식 사이버 테러가 우려된다.
한 신문은 30일 “MBC PD수첩에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이 허위라는 식으로 제보한 것으로 지목된 황 교수팀의 전직 연구원 A씨”를 거론하며 A씨의 결혼 과정 및 이와 관련한 일화, 부인의 직업 등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A씨의 황 교수팀 이탈 과정에 대해서도 “A씨는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다른 연구원과 잘 융화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근 시간 등으로 다른 연구원들과 계속 마찰을 빚자 황 교수가 연구실 팀워크를 위해 그를 내보낸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황 교수의 일간지 기고 칼럼 등 과거 자료를 검색해 이 신문 보도 내용과 일치하는 인물을 가려냈고, A씨 부부의 실명을 기사 댓글이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 전파하고 있다.
이전부터 황우석 연구팀 주변에서는 PD수첩이 ‘난자 기록장부’라고 방영한 것이 A씨의 개인 실험노트였기 때문에 A씨가 제보자가 아닌가 하는 말들이 흘러 나왔었다.
황 교수를 옹호해 온 일부 네티즌들은 A씨를 제보자로 단정하고 ‘그 연구원은 매국노다’, ‘스승의 등에 칼을 꽂았다’,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자결하라’ 등 격한 표현으로 A씨 부부를 비난하고 있다.
이 같은 일부 네티즌들의 행태를 문제 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허위제보라면 법적인 절차를 밟으면 된다. 논점과 벗어나 A씨를 확인 없이 배은망덕한 제보자로 몰아가는 것은 엉뚱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확실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흥분해 한 사람에 대해 린치를 가하는 것은 이성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장인 강지원 변호사는 “사이버 공간 내에서 특정인에게 무차별 욕설을 퍼 붇고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은 일종의 사이버 폭력으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무리 온라인 공간이라도 사실에 근거하고 언어를 순화해 발언해야 한다는 것을 네티즌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방 소재 의대를 졸업한 뒤 황 교수팀에서 일한 적이 있으며 현재 서울 모 병원 전공의(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측은 A씨가 휴가 중이라고 밝혔고, A씨는 전화 등 연락이 끊겨 제보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A씨는 자신이 절대 제보자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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