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난자 확보과정상의 윤리 논쟁이 전개되면서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가 또다른 윤리 논쟁의 대상이 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댓글 공간을 통해 감정이 확대 재생산된 일부 시민세력들이 못된 언론을 바로잡겠다며 보여주는 공격성향도 심상치 않다. 각자가 자신이 하는 일이 국익이라고 주장하는 등 서로 다른 다수의 국익이 경합을 벌이고 있어 헷갈리게 만든다.
과학과 언론은 사실과 진실을 밝혀내는 유사한 임무를 갖고있다. 그런데 이들의 윤리 문제는 공교롭게도 닮은 꼴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과정의 정당성을 적당히 생략하고 가시적 성과에 매달리는 결과주의가 황 교수 연구팀의, 그리고 PD수첩 제작진의 윤리의 눈을 잠시 멀게 했다.
황 교수 쪽의 윤리 문제 부분은 “눈앞에 일과 성취 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는 그의 솔직한 고백과 “법규정과 윤리항목에 비추어 볼 때 과거 저희에게 깊은 통찰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다”는 자성이 상황의 대부분을 말해 준다.
다시 말해,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과정에 윤리적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저변에는 관련 연구의 국제경쟁 상황과 연구진들의 성취의식, 그리고 국내 과학계의 저급한 윤리의식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황 교수 윤리 문제를 둘러싼 객관적 사실과 진실은 그런 것이다.
그런데 황 교수의 윤리 문제를 취재보도하는 언론은 있는 그대로 보도한다는 ‘사실 보도’와 ‘권력 감시’ 역할에 집착한 나머지, ‘진실 보도’ 또는 ‘공정 보도’의 윤리를 저버리고 말았다.
MBC ‘PD수첩’은 한국 사회의 민주화 이후 온갖 권력 비리와 인권의 사각지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며 언론의 사회적 정의실현 역할을 수행해온 이른바 탐사적 PD저널리즘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취재보도과정에서 부분적인 사실을 밝히는데 몰두함으로써 객관적 진실이 가려지거나 편파적인 공격 보도로 인해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불공정 문제도 야기했다.
PD수첩이 황 교수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 것은 언론자유에 해당하므로 정당하다. 보도 내용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다른 과학적 성과에 있어서 윤리적 잣대 기준과 이번 보도에서의 윤리적 잣대와의 형평성 문제, 그리고 비판의 대상이 된 황 교수측의 사정과 고민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객관적 진실보도라고는 보기가 어렵다.
취재과정에서도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PD수첩 제작진이 자사, 그리고 다른 언론의 보도가 만들어 놓은 황 교수 신화의 허구를 폭로하겠다는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눈앞에 일과 성취 외에는 보이는 게 없었다”는 황 교수의 고백과 같이 언론의 값싼 정의 의식에 불과하다. 윤리가 없는 형식적 정의는 때로는 불의, 즉 그릇됨과 다르지 않다.
일부 시민들은 PD수첩의 사실보도가 아니라, 불공정 보도에 분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댓글 공간에서 만난 일부 시민들의 PD수첩 광고주에 대한 광고철회 압력은 심각한 언론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
댓글 공간 등에 나타난 일부 언행을 보면 이들이 이미 이성적이고 합리적 시민이 아니라, 거리의 폭도 수준에 달한 것이 아닌지 의심 받을 수 있다. PD수첩의 보도 내용에 대해 우선 사실 여부를 따지고 의견이 다르면 토론하고 비판할 일이다. 입장이 다르다고 공격부터 하고 보는 태도에서는 민주사회의 시민 정신을 찾기가 어렵다.
사실 보도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국가 이익을 감안한 보도가 국익인가는 소모적 논쟁이다. 사실 보도 자체가 국익을 보장하지 못하며, 국익을 고려한 왜곡보도는 역시 국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국익은 오히려 객관적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의 윤리적 책임과 나와 다른 의견이라도 다른 사람의 언론자유를 존중하는 시민들의 관용 정신에 있다.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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