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민연금특위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그제 사실상 첫 회의를 열었지만 논쟁만 벌이다 끝났다. 그것도 연금제도 개선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아니라 특위 운영방식을 놓고 입씨름만 하다 다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지난 3년 동안 표류한 것도 모자라 또다시 당리당략 싸움이라니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한다.
이대로 가면 2047년에는 국민연금이 고갈돼 폭탄이 터진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국민연금 수술이 1년 늦춰질 때마다 30조원의 부실이 발생한다는 조사도 있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굳이 앞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대선에서 표를 잃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정녕 다음 세대에게 연금폭탄을 떠 안기자는 것인가.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엄청난 저항 속에서도 연금개혁 추진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출생률 저하와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한 연금재정 파탄은 국가적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우리의 경우 2008년 본격적인 연금수급 시기가 도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 허송세월 할 여유가 없다.
어디 국민연금 뿐인가. 2003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한 공무원연금과 이미 1973년부터 고갈된 군인연금도 대수술이 필요하다. 올해만 해도 두 연금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부담한 돈이 1조5,000억원을 넘는다. 앞으로 15년간 무려 120조원을 세금으로 메워야 할 형편이다. 머지 않아 나라가 절단 날 판이다.
정치권 주장대로 내년부터 진행될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이번 연금제도 개혁논의가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한가하게 표 걱정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째깍째깍 다가오는 연금폭탄 시계를 멈출 궁리부터 하라. 그게 정치의 존재이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