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은 해마다 새로운 학과를 개설하거나 기존 학과를 폐지하면서 사회의 변화상을 반영한다. 특히 취업난 및 대학 구조조정과 맞물려 최근 대학들의 변신은 적응을 넘어 생존의 몸부림으로까지 받아들여진다.
학과조정의 성패는 요즘 같은 대학 입시철에 그대로 드러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에게 제출한 ‘2001~2005년 전국 4년제 대학 신설ㆍ폐지학과(128개 대학 대상)’ 자료를 통해 대학이 변화한 모습을 살펴본다.
●사회복지 학과 강세
5년 간 학과(학부)를 신설한 전국 111개 대학 중 사회복지와 관련된 학과를 개설한 곳은 27개 대학. 학과를 신설한 대학 4곳 중 1곳은 복지 관련 학과를 만든 셈이다.
이화여대의 경우 2006학년도부터 아예 학부 과정을 없애고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는 사회복지 인력 수요가 꾸준히 늘고 직업 안정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각 대학은 최근 들어 사회복지학과라는 전통적 학과를 넘어 노인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 아동복지학과 등 분야별로 특성화한 전공을 마련, 차별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안상훈 교수는 “미래 복지국가 건설을 앞두고 사회서비스 인력이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당분간 이 같은 대학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학과 4년제로
부동산학, 애니메이션학 등 과거 2년제 전문대학에서나 볼 수 있었던 특성학과들이 대거 4년제 대학으로 옮겨갔다. 대학이 취업준비의 장으로 변해가면서 취업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으로 보인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같은 학과라면 교과 과정이 좀 더 심화한 4년제 학과가 취업에 유리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나사렛대(플라워디자인학과), 건양대(예식사업학과, 안경광학과), 경주대(한약자원개발과), 공주대(특수동물학과, 아동급식상품학과), 동신대(스튜어디스학과), 명신대(애완동물자원학과), 배재대(칠예과), 우송대(뷰티디자인학과) 등 10여 곳의 4년제 대학이 이색 학과를 신설했다.
특성학과 신설은 지방 소재 대학의 생존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방대의 경우 매년 지원자가 줄고 재정이 악화하고 있어 특성화된 학과 개설로 학생을 유치하는 것은 절실한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야간학과 퇴조
학과 폐지가 있었던 대학은 67개. 이 중 3분의 1인 22개 대학은 야간학과를 폐지하거나 주간으로 전환했다. 전체 야간학과 신입생 규모는 해마다 꾸준히 줄어 2005학년도에는 2001학년도(2만9,944명) 대비 42% 감소한 1만7,216명이었다.
정원이 줄어들었지만 경쟁률은 더 떨어져 지원자가 급속하게 줄고 있다. 국민대 실업계 고교출신 야간학과 특별전형의 평균 경쟁률은 2002년 9.5대1에서 2005년 4.83대1까지 떨어졌다.
이는 ▦원격사이버 대학 등 대체 교육시스템 확대 ▦전체 입학정원 대비 지원자 감소 ▦야간학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야간학과 폐지 추세는 선택과 집중에 따른 전략이기도 하다. 서울시립대는 올해 입시에서 25명의 야간 법학부 모집 정원을 줄이고 대신 50명이었던 주간 모집정원을 100명으로 늘렸다. 법학부의 한 교수는 “로스쿨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택한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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