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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과학저널 논문심사 얼마나 깐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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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과학저널 논문심사 얼마나 깐깐할까?

입력
2005.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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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배아줄기 연구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자 ‘사이언스’’네이처’등과 와 저널이 어떻게 논문을 심사하고 검증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들 세계적인 과학 저널들이 논문을“정말 깐깐하고 엄격하게 심사한다”고 말한다.

까다로운 심사

과학자들이 연구 성과인 논문을 제출하면 가장 먼저‘전문가 평가’(Peer review)를 받게 된다. 저널 편집자는 연구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해당 분야 전문가 2, 3명으로 심사단을 구성하고 제출된 논문을 보낸다.

심사위원들은 논문의 독창성을 평가하는 것부터 시작해 실험 방법과 내용을 일일이 검토한다. 그 과정에서 실험 방법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 결과에 오류가 보인다거나, 결론이 비약적이라는 등의 내용을 모두 지적한다.

이 같은 지적을 받은 논문 저자는 실험을 다시 해서 데이터를 보완하거나, 논문 문구를 고치거나, 또는 심사위원의 주장에 반박하는 설명을 보낸다.

만약 이 같은 검토ㆍ수정 과정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심사위원끼리도 의견이 엇갈릴 경우 저널 편집자는 다른 심사위원을 선정, 그간의 심사 자료를 모두 재검토하도록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실험보다 논문이 더 어렵다”고 토로한다.

황 교수는 2003년 5월 처음으로 복제배아 줄기세포 추출 실험에서 결실을 얻어 8월 논문을 작성했고 2004년 2월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논문 심사에 6개월이 걸린 것인데, 이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세계적인 저널의 경우 논문 투고에서 게재까지 1년쯤 걸리는 일은 다반사다. 논문에 별다른 하자가 없어 빨리 통과되는 경우도 있지만 화제가 되고 중요하다고 판단될수록 심사 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보이지 않는 전쟁

논문 심사는 기본적으로 저자가 제시한 데이터를 전문가의 논리적 추론으로 판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눈은 대체로 정확하지만 실험을 직접 해본 것은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

즉 실험 결과가 아무리 정확하다 해도 기존 이론에서 파격적으로 벗어난 ‘신선한’ 논문은 받아들여지기가 어렵고, 반면 실험결과를 그럴듯하게 손보는 요령이 난무할 수 있다.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이었던 헨드릭 쇤의 논문 조작은 전문가 심사의 허점을 드러낸 충격적인 사기 사건이었다.

쇤은 유기분자 하나로 구성된 트랜지스터 제작 등 ‘세기적인 업적’으로 손꼽힐만한 논문 20여편을 잇따라 네이처, 사이언스 등에 발표하며 나노 연구 분야의 총아로 부상했다. 그러나 2002년 그가 논문 여러 편에 똑같은 그래프를 싣는 ‘과감한 조작’을 감행한 사실이 드러났고 문제된 논문은 모두 삭제됐다.

이 사건은 학계에 큰 충격을 줬고 저널의 심사 관행에 자성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쇤은 심사위원들은 속여넘겼지만 학계 전체를 영원히 속이지는 못한 셈이다. 그는 같은 분야에서 연구하던 다른 연구자가 논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파멸을 맞았다.

그런가 하면 논문 저자는 자신의 논문에 모든 기술적 노하우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민한다.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낸 이안 윌머트 박사팀은 논문이 게재된 후 한동안 다른 연구팀이 복제에 성공하지 못해 “뭔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산 적이 있다.

특히 생물학 실험의 경우 ‘성공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결정적인 노하우인데, 아무리 논문대로 따라 한다 해도 재연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한 연구자는 “때로는 결정적인 노하우를 숨기기 위해 논문에 실험 과정의 몇 단계를 살짝 건너뛰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널의 정치성

과학은 절대 객관이라지만 논문 게재에는 정치적인 면도 없지 않다. 특히 사이언스나 네이처 등과 같은 저널들은 일반인에게 미치는 사회적 파급 효과를 고려한다. DNA 이중나선구조, 돌리 복제, 인간게놈프로젝트 처럼 일반인의 주목을 끈 연구 성과가 바로 이 저널들의 표지를 거쳐갔다.

10월 DNA 구조 중 한 형태를 규명해 네이처 표지를 장식한 김경규(성균관대) 김양균(중앙대) 교수는 사실 사이언스에 먼저 논문을 투고했다가 “사회적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반면 50여년 전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구조를 처음 표지에 실었던 네이처는 기초과학을 보다 중시하는 풍토가 있어 김 교수팀의 논문을 표지로 대우했다.

심사위원을 고르는 편집자의 선택은 논문 게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쇤의 조작이 드러난 이후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은 “편집자가 쇤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내게는 한번도 논문 심사를 맡기지 않았다”고 저널을 비판했다. 편집자가 어떻게 논문 게재를 유도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상 우리나라 연구자들도 연구 수준이 일천하던 과거에, 세계적인 저널에 논문을 싣는 것은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 해외 지도교수와 途?연구논문을 쓰느냐에 달려있었다. 사회 어디서나 그렇듯 ‘인맥’은 과학계에서도 결정적이지는 않아도 영향을 끼치는 주요 변수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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