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비평동인 ‘크리티카’가 첫 비평집 ‘크리티카 No.1’(이가서)을 출간했다. “출판자본과 에콜(ecole)의 입론으로부터 자유로운, 비평의 새로운 공간”이다.
‘크리티카’는 2003년 출범했다. 80년대 후반, 진보적 무크지 ‘문학예술운동’을 내던 문학예술연구소가 전신이다. 75학번에서 80년대 초ㆍ중반 학번까지 다양한 면면의 동인들이 90년대 중반 활동을 접었다가 다시 모인 것이다.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동인지 편집장을 맡은 신승엽(75학번ㆍ인하대 강사)씨는 “예전과 달리 하나의 지향을 가지기 힘든 시대지만, 그것을 모색하고 함께 고민하는 노력은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고 말했다
. 공동의 목소리를 찾자면 다양한 목소리가 전제돼야 함은 당연하다. 동인에는 한국문학과 외국문학, 미학, 철학, 대중문화 등 다양한 장르와 다기한 지향의 교수 등 연구자 25명이 참여했다.
기존 문학비평에 대한 이들의 문제의식은 선명하다. “비평이 특정 기관이나 잡지를 매개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관성이 생기고 ‘에콜’을 형성하게 되죠. 에콜이나 중추적 인물의 입론에 비평 본연의 목소리가 종속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비평에 대한 의지도 결연하다.
“잡지사의 상업성이나 문학작품 해설에 종속된 비평이 아니라 살아있는 비평, 문화와 사회 인간과 예술 전반을 아우르며 고전적 인문학 정신에 입각한 비평을 추구합니다.”
이들은 월 1회 모인다. 국내외 작품이나 글을 나눠 읽고, 비평계의 이슈와 동향을 점검하고, 동인들의 비평 기획이나 글을 토론한다. 비판과 조언의 수용 여부는 필자의 판단이며, 필자는 자신의 글에 무한책임을 진다.
첫 동인지에는 9편의 글이 실렸다. “소설가 배수아씨는 시인 김수영의 뒤를 이어 문학의 진정한 정치성을 주장하는 이 시대 유일의 작가이며, 그의 작품은 87년 이후 자유주의 문화 및 정치에 대한 근본 비판”이라는 분석을 담은 ‘배수아론’(조현일ㆍ홍익대 강사)을 비롯해 영화, 민족문학론, 진중권 미학, 컴퓨터게임 등에 대한 5편의 비평, 자크 데리다의 ‘해체’개념에 입각해 문학과 문학적인 것의 현재성을 궁구(窮究)한 ‘문학과 윤리’(강우성ㆍ한성대 교수) 등 이론 4편이다.
동인은 40~50명 선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동인지를 계간지 형태로 꾸려가기 위해서다. “출판사 신세 안 지고 책 내려면 고정 독자가 400~500명은 필요해요. 물론 원고료는 지금처럼 없는 체제로 말이죠.” 신씨는 우직하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버텨나갈 생각이고, 또 자신도 있다고 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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