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힘을 받고 있지만, 외교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31일로 출범 한 달째를 맞는 제3차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평가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총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들을 비롯, 쟁쟁한 측근과 실력자들을 총 동원해 ‘개혁 추진 내각’을 구성했다.
새 내각은 그 동안 각종 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며 이름값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29일 난항을 겪던 ‘국가와 지방의 세(稅)재정개혁’의 결착을 보는 등 구체적인 실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외교는 최악이다. 보수세력 내부에서조차 ‘이대로 견딜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아시아 외교는 당분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무성 장관은 다른 나라 정부에서 만나주지 않아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식물 장관’이 됐다. 장관이 된 뒤에도 변함 없이 우파적인 강경 발언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과 잘못된 역사인식에 근거한 아소 장관의 언행에 대해서는 중국측의 반발이 그 강도와 파장에 있어서 훨씬 강하다. 아소 장관은 중국측과 아예 대화채널이 막혀버린 상태다.
다음달 12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개막하는 아세안+3 정상회담에서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전망이다. 중국정부는 30일 회담 기간중 중일 정상회담은 물론, 중일 외무장관 회담도 없을 것이라고 미리 발표해버렸다. 중국의 추이톈카이(崔天凱)외교부 아주국장은 “일본 지도자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이후 어떤 접촉도 불가능하며 이는 일본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신 내각 출범 이후 추진된 일본 외교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일본은 노골적인 냉대를 받았고,‘북방영토 반환’과 관련해 일본이 기대를 모았던 러일정상회담도 성과가 없이 끝났다. 일본의 외교적 고립상태를 아는 러시아는 협상에서 고자세로 일관했다.
그나마 ‘미일동맹 강화’가 최대 화두였던 미일 정상회담도 ‘지나친 미국 유착’이라는 국내적 역풍이 몰아쳤다.
일본 각계에서는 비판이 분출하고 있다. ‘미국 일변도’의 고이즈미식 외교가 일본을 고립시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이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는 “자민당이 창당 이래 외교와 안보면에서 잘 해왔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대 아시아정책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여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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