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돈 326억원을 횡령하고 두산산업개발 2,838억원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불구속 기소된 박용오, 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전ㆍ현직 임원 14명에 대한 첫 공판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7월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 이후 공개 석상에 처음으로 같이 자리한 박용오, 용성씨는 감정의 앙금이 여전한 듯 서로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강형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용성, 용만, 용욱씨와 전ㆍ현직 두산 임원들은 동현엔지니어링, 세계물류, 두산산업개발 등 계열사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 등 검찰의 기소 내용 모두를 시인했다.
그러나 용오씨는 두산건설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가족 생활비로 사용했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인했다. 용오씨는 “돈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출처를 알지 못했다. (용성씨측과) 공모한 적 없다”고 말했다.
재판 시작 20여분 전인 오전9시40분께 법원에 나온 용오씨는 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법정으로 들어갔고, 5분쯤 뒤 나타난 용성씨는 기자들에게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용성씨는 법정에서 피고인 대기석 가장 오른쪽, 용오씨는 대기석 왼쪽 끝에 다른 피고인 10여명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앉아 개정을 기다렸다.
재판이 시작된 후 둘은 재판장의 호명으로 피고인석 맨 앞줄에 용만씨와 함께 나란히 앉았으나 인사는 건네지 않았다. 용오씨는 겸찰 신문 전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국민여러분과 두산 그룹 직원에게도 죄송하다. 회장으로서 책임질 것 책임지겠다”고 진술했다. 재판 내내 용오, 용성씨는 정면만을 응시하며 서로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이들은 30여분만에 첫 재판이 끝나자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서로 등을 돌린 채 법정 양쪽으로 나뉘어 흩어졌다. 용오씨는 수행원 2, 3명과 함께 법정을 떠났고, 용성씨는 변호인들과 간간히 이야기를 나누다 용오씨가 자리를 뜬 뒤 법정을 나섰다.
용성씨는 “박용오씨가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쪽에 가서 물어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두산그룹 관계자 등 200여명이 재판 시작 1시간여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다 방청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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