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아름답다. 두 팔이 없는 선천성 장애인이란 한계를 딛고 미술가이자 사진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영국의 앨리슨 래퍼(40ㆍ여ㆍAlison Lapper)가 29일 독일 세계성취상기금이 시상하는 2회 ‘월드 어워드 여성 성취상’을 받았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시상식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직접 트로피를 전달했다.
언론들은 래퍼가 장애인 여성 예술가로서의 개인적인 장애를 눈물겨운 인간승리로 승화시켜 장애인과 여성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고취시켰다고 평가했다.
1965년 팔다리가 기형인 해표지증(Phocomelia)이라는 희귀한 질병을 안고 태어난 래퍼는 생후 6주만에 거리에 버려져 보호시설에서 성장했다.
22세 때 시작한 결혼생활은 남편의 폭력으로 9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하늘이 버린 듯 하던 그의 불우한 인생은 이런 밑바닥 상황에서 전기를 마련했다.
어릴 적부터 관심이 있었던 미술을 뒤늦게 시작해 헤덜리 미술학교와 브라이튼 대학을 졸업, 예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입과 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이자 사진작가로서 명성을 쌓아나갔다. 그의 사진은 자신의 나체를 모델로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마치 조각 같은 영상을 만들어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두 팔이 없고 다리도 기형인 자신의 신체를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당당히 드러내며 자신이 예술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스로도 팔이 없는 ‘밀로의 비너스’에 빗대 ‘현대의 비너스’라고 부른다.
9월부터 영국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영국 조각가 마크 퀸이 임신 9개월의 모습을 한 래퍼를 모델로 한 ‘임신한 앨리슨 래퍼’라는 5m 높이의 작품이 런던시 공모전에서 뽑혀 전시되고 있다. 런던의 밀레니엄 전시회에는 신체적 결함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킨 그녀의 사진들이 전시됐다.
그는 지난해 미혼모로 아들 패리스를 낳았다. 장애인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만류가 있었지만 출산을 고집한 그는 아들 역시 자신의 작품세계에 끌어들이는 다양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월드어워드는 오스트리아 작가 게오르크 킨델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2000년 창설했으며, 지난해부터 세계에서 주목 받은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 성취상’을 수여하고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