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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속 한국 전통민가' 연구서 낸 베이징예대 김준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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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속 한국 전통민가' 연구서 낸 베이징예대 김준봉 교수

입력
2005.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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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 40년대 우리 민가의 형태를 가장 온전하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중국 동북지방의 조선족 거주 지역입니다. 하지만 그마저 중국의 ‘새마을운동’식 주택개량사업으로 사라지는 중입니다.”

중국 베이징공예(北京工業)대에서 건축학을 가르치는 김준봉(47) 교수가 최근 내놓은 ‘중국속 한국 전통민가’(청홍 발행)는 우리 건축사의 빈자리를 메워줄 저작이다.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와 인근의 중국 동북 지방에서 우리 동포가 어떤 살림집을 짓고 사는지를 꼼꼼히 조사한 이 책은 우선 중국내 한인의 거주 문화를 가장 폭 넓게 조사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김 교수가 일제 말기 우리 민가의 양식과 이후 변화를 이 책을 통해 사실상 거의 유일하게 실증한다는 점이다. 옌볜조선족자치주와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헤이룽장(黑龍江)성 지역, 백두산 주변 마을의 우리 동포들은 1930년대 말부터 광복 전후 시기에 이주한 이들이 다수다.

문화재 또는 그 급에 준하는 전통 건축이나 흔히 ‘반가(班家)’라고 하는 양반가의 건축 형태를 살핀 논문이나 책은 적지 않지만 이 시기의 민가가 어떤 형태였는지 알려주는 자료는 거의 없다. “일본 건축학자 노무라 다카후미의 ‘조선의 민가’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50, 60년대 건축학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당시의 민가들은 거의 사라지고 없었으니까요.”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했던 김 교수는 90년대 초반 옌볜과학기술대 ‘금호관’ 설계를 맡은 인연으로 94년부터 2002년까지 이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칭화(淸華)대 방문교수를 거쳐 지난해부터는 베이징시립대학인 베이징공예대 건축성시학원 교수 겸 도시거주환경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이 책은 옌볜과기대 시절부터 10년 동안 학기 중에는 수업의 일환으로, 방학 때에는 인하대, 연세대, 성균관대의 연구진과 함께 방문한 중국 동북지방 일대의 50여 동포 마을과 그곳 1,000여 채 민가를 조사한 결과물이다.

집을 실측하고 거주자를 면담해 거주 공간의 건축구조적 요소와 인문사회적 특징까지 파악해 실제 책에서 분석한 집은 조선족 민가와 일부 한족 민가를 포함해 모두 215채이다.

“한족이나 만주족과 가장 다른 점은 역시 온돌입니다. 겉모습이 아무리 한족 집처럼 보이더라도 집안에 반듯이 개켜놓은 이불이나 이불장이 있으면 어김없이 우리 동포 주택입니다.” 주방문화에서도 가장 다른 것은 한족이나 만주족은 솥에 뚜껑이 없는데, 조선족들은 한결같이 뚜껑 있는 가마솥을 쓴다는 점이다. 한족의 집이 일단 들어가서 부엌문과 방문으로 나뉘는 것과 달리 조선족 주택은 부엌문이 따로 나 있는 점도 다르다.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의 규모와 집을 확장한 정도에 따라 홑집, 반겹집, 겹집, 세겹집이나 2칸, 3칸, 4칸, 5칸 집으로 나뉘지만 집 모양은 대부분 “일(一) 자”이다. 함경도나 평안도 등 북쪽은 물론이고 전라도, 경상도 등에서 이주해간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기역 자’ ‘디귿 자’ 등으로 형태가 다양할 만도 하지만 “추운 날씨”가 영향을 주었다. 툇마루가 없어지고 처마가 짧아진 것도 이유가 비슷하다.

“전통마을을 보존한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있긴 하지만 조선족 주택은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현재 급격히 변하고 있다. 초가지붕이 벽돌집에 기와지붕으로 바뀌었고, 창과 문의 기능을 동시에 하던 방의 개구부(開口部)가 추운 기후나 현대화의 조류를 타고 단지 창의 기능으로만 이용된다.

남자는 웃방, 여자는 고방 식으로 ‘남녀유별’하도록 벽체를 설치했던 공간은 미서기문으로 대체해 갈수록 개방하는 쪽이다. 김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개조된 민가의 비율은 옌지(延吉) 주변 지역이 76.0%, 옌지에서 떨어진 지역은 59.2%, 조선족 자치주 외곽의 지린성, 랴오닝성 지역은 30.8%, 헤이룽장성은 26.7%를 차지한다.

“접근이 쉽지 않고, 시간과 비용이 너무 든다는 것이 큰 부담이지만 중국 동북지역은 우리 전통문화와 관련된 이런 실증적인 연구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북한의 전통민가 연구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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