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0월 중앙정보부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 유가족은 지난 1월26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소멸시효가 끝났다는 이유였다. 유족과 인권단체들은 분통을 터뜨렸지만 불가항력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30일 최 교수 사건처럼 국가범죄는 언제든지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민사상 시효를 아예 없애는 특별법을 추진키로 했다.
과거사위 출범을 하루 앞두고 열린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당정공동특위’ 결과다. 이렇게 되면 1958년 간첩혐의로 사형된 조봉암 사건이나 1967년 중앙정보부가 동베를린 거점의 간첩단 사건으로 발표해 34명이 연루된 동백림 사건 등 공소시효가 만료된 국가범죄에 대한 손해배상도 가능해진다.
당정은 특히 공소시효가 남은 국가범죄는 시효를 연장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도 특별법에 담기로 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저질러진 국가범죄 가담자는 시간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당정은 그러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국가범죄의 시효를 배제ㆍ연장하는 문제는 위헌논란을 의식해 결론을 유보했다. 다만 과거사위가 이들 사건을 조사해 고문 등 불법행위를 확인하면 피해자들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당정은 과거사 피해보상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기준을 마련했다. 여순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등 한국전쟁을 전후해 발생한 숱한 민간인 집단희생의 경우 과거사위 주도로 진상규명을 통해 명예회복을 돕기로 했다.
특히 거창양민학살사건처럼 국가의 불법행위가 명백한 사건은 이미 의료지원금 등을 주고 있는 제주4ㆍ3사건처럼 관련 피해자들에게 의료ㆍ생활지원금 등 상징적 보상을 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명백한 반국가 세력이나 북한군이나 중공군, 좌익세력 등 북측에 희생된 피해자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당정회의의 결론은 1일 출범하는 과거사위에겐 적잖은 힘을 보탤 전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공소시효 배제의 위헌적 요소를 문제삼고 있어 최종 입법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하다. 이념논쟁이 벌어질 공산도 크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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