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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굿바이 신포 경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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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굿바이 신포 경수로

입력
2005.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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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 신포 지역에 건설 중이던 경수로 2기 공사의 일시중단 시한이 오늘로 마감된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최근 집행이사회를 열어 공사중단 시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 정부의 간청으로 이뤄진 공사 일시중단 시한 설정은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로 사실상 생명이 다한 경수로사업을 조금이나 연명시켜 보려는 산소호흡기와 같은 장치였다. 시한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산소호흡기를 떼는 것이다.

▦ 이로써 1997년 8월19일 신포 지역에서 첫 삽을 떴던 신포 경수로사업은 8년3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 동안 들인 돈만 해도 15억5,900만 달러다.

이 중 한국이 70%에 달하는 11억3,500만 달러를 부담했고 나머지는 일본(4억600만 달러)과 EU(1,800만 달러)가 냈다. 미국은 경수로 완공 전에 북한에 중유를 제공한다는 합의에 따라 2002년12월까지 3억8,000달러 어치의 중유를 제공했을 뿐 경수로 사업 자체에는 한푼도 내지 않았다.

▦ 신포 경수로사업에 들어간 돈은 되찾기 어려워 보인다. 회수는커녕 청산절차를 마무리하는 데만 추가로 1억5,000만 내지 2억 달러가 필요하다니 기차 찰 노릇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금전적 손실의 상환을 요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본 정부 내에서조차 상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오히려 북한은 미국의 약속 위반으로 경수로사업이 중단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었다며 미국에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판이다.

▦ 신포 경수로사업 중단의 직접적 계기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의혹인 만큼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적반하장이다. 그러나 제네바합의 타결 직후부터 미 의회에서 공화당이 경수로사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2001년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제네바합의체제 무산 시도가 더욱 노골화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주장도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다.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가 타결된다면 그 형태는 결국 제네바합의의 틀과 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결국 부시 정부가 허송세월을 했다는 얘기다. 죽은 신포 경수로가 6자회담의 북핵 해결 체제에서 새 생명을 얻게 된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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