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28일 바그다드 ‘그린 존’ 내의 이라크 특별재판소에서 재개됐지만 재판일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리즈가르 모함메드 아민 주심판사는 28일 바그다드에서 속개된 재판에서 변호인단 중 살해된 변호인 2명을 대신할 사람을 구할 시간을 주기 위해 내달 5일까지 휴정한다고 밝혔다.
후세인은 재임기간 중 저지른 반 인륜범죄 등의 혐의로 측근 7명과 함께 이라크 과도정부에 의해 기소된 상태다.
재판은 이날 낮 두자일 마을 주민 140여명 학살 사건으로 기소된 후세인과 측근 7명이 법정에 출석한 뒤 아민 주심판사의 개정선언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19일 첫 재판이 열렸지만 변호인단의 신변 보호 요구로 중단된 이후 5주만이다. 유죄가 확정되면 후세인은 사형 선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세인은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초반부터 재판부를 몰아붙였다.
아랍식 전통복장을 한 다른 7명의 피고인과 달리 홀로 양복을 차려 입은 후세인은 비교적 말쑥한 표정으로 법정에 나타나자마자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아 미군의 계호를 받으며 수갑과 족쇄를 찬 채 코란을 들고 4층 계단을 걸어 올라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아민 판사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얘기하겠다”고 말하자 후세인은 “얘기하는 게 아니라 명령을 해야 한다. 당신은 이라크인이고 주권을 갖고 있다. 그들은 침략자이고 점령자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이어 펜과 종이를 압수당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펜과 종이를 되돌려주겠다는 아민 판사의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1982년 두자일 마을 학살 사건에 관계된 증인의 첫 증언이 이뤄졌다. 당시 후세인 암살사건 조사를 위해 두자일에 파견됐던 와다 알 세이크는 비디오 증언을 통해 후세인 암살공격에 12명 정도가 개입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400여 명의 주민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람시 클라크 전 미국 법무장관이 12명의 후세인 변호인단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무슬림 순례자를 태운 버스가 수도 바그다드 남쪽 인근에서 총격을 받아 영국인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26일에는 미군인 1명을 포함해 4명의 자선단체 회원들이 납치됐다.
홍석우 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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