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이 83개나 되는 현악사중주를 작곡했다는 사실은 100개를 훌쩍 뛰어넘은 그의 교향곡 수에 비에 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거장에게 배우고 도전한 이가 있었으니 천재의 대명사 모차르트다.
그는 83개에는 훨씬 못 미치는 23개의 현악사중주를 남겼지만 그의 음악 스타일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수작들을 남겼다. 나의 예술고등학교 시절, 친구들 사이에 흔히 하는 장난이 있었다.
상당히 괴상하고 음침하기까지 한 현악 음악을 들려주고 누구 작품인지 알아맞혀 보라는 것이었다. 대부분 "스트라빈스키나 다른 현대음악 아닐까" 했지만, 답은 모차르트였다. 이름하여 ‘불협화음 사중주’의 시작 부분이었다. 자신의 전위적인 아이디어를 장난스럽게 사용한 모차르트, 과연 천재답다.
이 곡은 그가 스승 하이든에게 헌정한 여섯 곡, 이른바 ‘하이든 현악사중주’ 가운데 하나다. 그 중에는 아주 유명한 ‘사냥’도 들어있다. 하지만 이 칼럼에서 항상 강조하듯이 제목 없는 곡들이 훨씬 좋다.
이 곡 이후의 작품들은 연주하기 훨씬 어려워진다. 마지막 21번에서 23번까지는 연주자들이 손이 아파 연주를 못할 정도로 음표가 가득 차 있다. 이런 걸 보면 영화 ‘아마데우스’의 한 장면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의 음악을 들은 황제가 아는 척을 하며 "음…. 뭐랄까, 다 좋은데 음표가 너무 많아." 라고 하자 모차르트가 "전 필요한 만큼만 썼는데요. 그렇다면 정확히 어디가 많았나요?"라고 물어보는 장면! (실제로 연주해보니 황제가 그럴 만도 했다.)
현악사중주 역사에 뚜렷한 획을 그은 모차르트는 다음 세대를 이어갈 무뚝뚝한 꼬마에게 확실한 바톤을 넘겨주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베토벤이 그 위대한 곡들을 남길 수 있었으랴. 그 후에도 많은 작곡가들이 돈벌이도 별로 안 되는 사중주를 쓰며 자신의 숭고한 작품집을 완성시켜나갔다. 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천재는 20세기에 들어서야 그 빛을 드러내었다. 바로 쇼스타코비치다.
그는 마의 9번 벽을 깨고 교향곡을 15개나 쓴 작곡가이지만, 그의 현악사중주도 15개다. 모차르트를 의식한 듯한 간결한 1번을 쓰자마자 2, 3번부터 교향곡에 버금갈 정도의 웅장한 현악사중주들을 써내려갔다. 그의 초기 현악사중주들은 초기작인지 후기작인지 헷갈릴 정도로 기가 막힌 스타일들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11번부터 14번까지는 그의 작품들을 초연했던 ‘베토벤 사중주단’ 멤버에게 하나하나 헌정했다. 11번은 제2바이올린에게, 12번은 제1바이올린, 13번과 14번은 각각 비올라와 첼로 주자에게. 이토록 현악사중주에 애착을 가진 이가 또 있을까. 다 듣기엔 너무 많으니 한 곡만 추천해 달라고? 역시 제목 없는 2번의 마지막 악장을 들어보라.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이 저리 가랄 정도로 멋지다.
내년 2006년은 이 두 천재 작곡가의 해다. 모차르트는 탄생 250주년이며, 쇼스타코비치는 탄생100주년이다. 너무나도 의미있는 공배수이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조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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