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여의도동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뒤 24일 뇌출혈로 숨진 농민 전용철(43)씨의 사인은 무엇일까.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농민 살인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전씨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범대위는 “경찰청이 계속 말을 바꾸고 사건을 은폐ㆍ조작ㆍ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28일 경찰의 합동조사 제안도 거부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3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경찰관 목격자 등에 대 자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씨가 참가한 15일 전국농민대회는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로 경찰과 농민 300여명이 다쳤다. 뚜렷한 외상이 없어 별도 치료 없이 고향인 충남 보령시로 내려간 전씨는 이틀 뒤인 17일 이상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고 2차례 뇌수술 끝에 24일 뇌출혈로 숨졌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즉각 “전씨가 경찰 진압 과정에서 구타당해 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망 당일 실시된 부검에서 국과수는 “정지된 물체에 뒷머리를 부딪쳐 두개골 골절, 뇌출혈 등으로 숨졌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경찰의 구타가 아니라 넘어져서 다쳤다는 것을 뜻한다”며 경찰 진압과의 관련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시위현장에서 전씨가 경찰에게 폭행을 당해 뒤로 쓰러지는 것을 봤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시위현장에서 전씨를 농민 4명이 옮기고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경찰이 뒤늦게 발견한 자체 현장사진에서도 전씨가 시위 현장에 누워 있는 모습이 잡혔다. 전씨가 15일 시위 당시 어떠한 형태로든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나마 확인된 셈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합동조사를 제안하며 시위에 대한 자체조사에 착수했다. 만일 전씨에 대한 강경 진압 및 구타가 확인된다면 사인과의 직접적인 연결이 힘들다 할지라도 경찰로서는 책임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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