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그제 발표한 2008학년도 논술고사 예시문항이 일단 본고사 논란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부모단체와 교원단체에서 자연계 논술문제가 본고사에 가깝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계에서는 대체로 본고사 유형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지난 7월 온 나라를 들쑤셔놓았던 본고사 부활 논란이 다소나마 가라앉게 된 것이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앞서 서울대가 예시문 초안을 놓고 교육부와 사전 협의해 일부 문항을 수정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이번 서울대 논술 예시문은 암기된 지식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우려했던 자연계에서도 수학이나 과학과 관련된 풀이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과 원리의 이해를 측정하는 문제가 주류였다. 논술 출제목적이 풍부한 독서와 논리적인 사고, 부단한 글쓰기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런 출제방식은 요건에 부합해 보인다.
그러나 몇 가지 당부할 사항이 있다. 첫째는 사교육에 의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논술고사는 학교에서 본고사라고 인식하지 않아야 하고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충분히 준비가 가능해야 한다. 제시문이나 주제를 가급적 고교 전과정의 교과서로 제한하고도 수준 높은 문제를 출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번 예시문의 문항수가 많고 어렵다는 지적도 유념해야 한다. 문항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깊이 있는 생각을 기술한다’는 논술의 기본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둘째는 논술고사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2008학년도부터 수능 등급화로 변별력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논술과 면접비중이 50%까지 치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논술의 특성상 채점기준 등 공정성 시비가 일 가능성이 크다. 논술은 어디까지나 수능과 내신의 보조 전형자료로 활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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