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비리 스캔들로 바람잘 날 없다. 이라크전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조지 W 부시 정권은 이 와중에 당내 중진 의원들의 비리 혐의가 잇따라 터져 나와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28일 하원 테러리즘 및 정보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8선의 랜디 커닝햄(63ㆍ캘리포니아주) 의원이 뇌물수수, 탈세 등 자신에 대한 비리 혐의를 인정하고 의원직을 사퇴했다.
베트남 참전 조종사 출신으로 의회 내 국방문제 전문가로 활동했던 그는 샌디에이고 연방지법에서 240만 달러 수뢰 혐의를 시인한 뒤 “내가 한 행동을 되돌릴 수 없지만 보상은 하겠다”며 때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수십만 달러의 벌금과 1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게이트’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잭 아브라모프(47) 공화당계 로비스트와 공화당 의원들 간 비리 유착은 불똥이 어디까지 퍼져나갈 지 종잡기 어렵다.
공화당계 최대 자금줄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당내 최고 실력자를 자임했던 톰 딜레이(텍사스주) 의원은 2002년 텍사스주 선거와 관련한 선거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공화당 하원 대표에서 불명예 퇴진한 데 이어 추가로 아브라모프가 주선한 불법 해외여행을 다녀온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빌 프리스트(테네시주) 상원 대표는 부정 주식거래 혐의를 받고 있다.
아브라모프에 대한 당국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에 직접 연루된 공화당 의원은 딜레이 의원 외 밥 네이(오하이오주) 존 둘리틀(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콘래드 번스(몬태나주) 상원의원 등 5~6명에 달한다. 여기에 전현직 의원 보좌관 17명과 행정부 관리 2명이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아브라모프는 특히 딜레이 의원 뿐 아니라 부시 정부의 최대 실세인 칼 로브 비서실 차장과도 끈끈하게 밀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부시 정부 최악의 비리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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