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지난 25일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김응용 프로야구 삼성 사장의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추대설 등 안팎의 압력으로 조기 퇴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총재는 내년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까지 참관한 뒤 그만 둘 생각이었으나 최근 신 전 부의장의 KBO 추대설이 나돌자 조기 퇴진을 결심하게 됐다.
박 총재가 ‘신상우 추대설’을 들은 것은 21일 가평 베네스트골프장에서 열린 야구인 골프대회 때이다. 박 총재는 최근까지도 8개 구단주들을 상대로 자신의 뒤를 이을 차기 총재직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타진해 왔고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WBC 이후에 자리를 내 줄 생각이었다.
박 총재는 시상식에서 김 사장이 ‘프로야구 위기론’을 들고 나왔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박 총재의 측근은 “이후에 알아보니 김 사장이 (부산상고 선배인) 신상우씨를 KBO 총재로 만들기 위해 뛰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박 총재는 구질구질하게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응용 사장은 “나는 추대하지 않았다”며 “최근에 그 분(신상우)을 만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요즘같이 현안이 많을 때 능력있는 사람이 와서 잘 처리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일부 야구인들도 이에 앞서 두산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형제의 난’으로 물의가 빚어지면서 박 총재의 조기 퇴진을 제기한 것으로 알렸다.
한편 시민운동단체인 문화연대는 ‘참여정부의 낙하산은 시도 때도 없는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아무런 연관성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신상우씨에 대한 KBO 총재 내정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모임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신임 총재 선정논의는 보다 미래 지향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 야구에 헌신할 수 있는 열정과 야구팬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인격과 도덕성을 겸비한 사람을 자격요건으로 제시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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