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노트북 PC와 MP3 등 정보기술(IT) 수입 제품이 시중에 범람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국내 전자파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위험 제품’으로 추정되지만 정부는 별 다른 단속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잇속만 챙기려는 수입 업자들의 무분별한 행태에 정부의 무관심이 더해져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국내에서 유통된 IT 제품 6,500여종 중 절반 가량인 45.2%가 국내 전자파 장해기준에 따른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은 불법 제품으로 조사됐다.
총 15가지 제품 분류 중 디지털카메라를 제외하고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의 경우 각각 55%, 43%가 전자파 안전 인증을 받지 않았다.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MP3 제품의 무인증 비율도 28%가 넘었다. PC용 스피커 제품의 경우 무인증 제품이 92%에 달했다.
현행 전파법과 전기통신기본법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IT 제품에 대해 정보통신부의 ‘전자파적합등록’(MIC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무인증 제품의 대부분은 중국산으로, 수입 과정에서 전자파에 안전한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1998년 이후 IT 제품 수입추천제가 폐지되면서 관세청 통관 과정에서 MIC 인증서 첨부를 의무화 하지 않고 있다”며 “대신 단속기관인 중앙전파관리소의 전산시스템에 수입제품의 정보를 입력해 미인증 여부를 가려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속을 해야 할 중앙전파관리소측은 미인증 IT 제품에 대한 단속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수입 업자들도 유통 마진을 늘리기 위해 전자파 안전 인증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정식 인증을 받으려면 1~2개월 이상 통관 절차가 지연되고, 건 당 150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용산 전자상가의 한 소매업자는 “심지어 도매 유통업자들이 가짜 MIC 인증 딱지를 만들어 붙이고 있어 유통 단계에서 정식 인증 제품과 무인증 제품을 거의 구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인증 제품의 문제는 전자파를 많이 방출한다는 데 있다. 과다한 전자파는 무선 통신장애나 전자 기기의 오작동을 유발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인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전자파규격 인증업체 A사가 지난달 150건의 내부 측정 자료를 평가한 결과 중국산 미인증 제품 중 약 70%가 국내 기준치를 초과하는 과다한 전자파를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업체 관계자는 “특히 성장기 청소년들이 가까이 하는 MP3와 PC 제품의 경우 청소년 건강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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