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티그런트의 고범규(37) 사장은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시작되는 12월1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휴대폰으로 지상파 DMB를 볼 수 있는 저잡음 방식(Low IF)의 무선 수신칩(튜너칩) ‘ITD3010’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방송 전파를 받아 채널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튜너칩은 DMB폰의 핵심 부품이다. 인티그런트 외에도 영국의 프론티어 실리콘, 우리나라의 INC 등 2개사도 튜너칩을 개발했다. 하지만 인티그런트의 칩은 별도의 잡신호를 제거하는 회로(소우 필터)를 내장해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해 크기가 5분의 1 밖에 안되고 전력 소모도 매우 낮아 경쟁력이 높다.
고 사장이 개발한 지상파 DMB 튜너칩은 내년 1월부터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가 만든 휴대폰에 탑재돼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고 사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 2000년에 독립해 인티그런트사를 창업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DMB칩 개발에 매달렸다.
60명의 직원 가운데 3분의 2 가량인 40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일 정도로 R&D 투자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바람에 4년 동안 적자를 봤으나 일찌감치 가능성을 알아본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과 일본의 투자사 자프코가 2년전 투자를 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인티그런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지상파 DMB는 물론이고 위성 DMB, 유럽식 DMB인 DVB-H, 일본식 DMB인 IS-DBT 등 DMB 관련 튜너칩 기술을 모두 확보, 국내외에 100건의 특허를 출원해 40개 이상의 특허를 확보했다.
특히 위성 DMB 튜너칩의 경우 삼성전자의 위성 DBM폰 4개 모델을 비롯, 국내에 나와 있는 단말기의 90% 이상이 인티그런트 제품을 사용한다. 고 사장은 “DMB는 2010년에 세계 시장에 1억대의 휴대폰이 쏟아질 만큼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 뿐만 아니라 일본 등 외국업체들과도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삼성전자 재직 시절 퀄컴사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휴대폰용 모뎀칩을 개발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때는 퀄컴을 부러워했지만 앞으로는 퀄컴이 부러워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도록 DMB분야의 독보적인 기업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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